제 목 : 다뉴브의 눈물 | 조회수 : 1018 |
작성자 : 김종훈 | 작성일 : 2019-06-06 |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관통하는 다뉴브강은 오늘도 하염없이 눈물 되어 흐른다. 아무리 그곳이 파리(Paris), 프라하(Prague)와 함께 유럽의 3대 야경으로 꼽힌다 해도, 어처구니없는 유람선 비보를 듣고 날아간 가족들에게는 결코 눈에 들 리 없다. 강변 건물들이 뿜어내는 눈부신 빛의 향연은 오늘도 정신을 쏙 빼놓을 만큼 화려하지만, 사랑하는 이를 강물에 수장시켜둔 가족들의 마음은 여전히 어둡다.
그 누가 이 부다페스트와 다뉴브강을 ‘죽기 전에 봐야 할 야경’으로 꼽았던가? 설마 그 말이 이런 사고까지 염두에 둔 건 아닐 터.
듣고 보니, 누구는 부부끼리 정말 오랜만에 큰 맘 먹고 나선 해외여행이란다. 누구는 친정 부모가 어린 딸 봐준 게 고마워 효도관광차 온 거란다. 의좋은 남매 누구는 차곡차곡 돈 모아 직장까지 그만두고 왔단다. 하지만 매정한 강물은 그 모든 사연을 마구 삼켰다. 여섯 살 여아부터 일흔 둘 할아버지까지... 정말이지 안타깝다.
마음이 좋아야 경치도 좋지. 마음이 슬프면 모든 게 슬프다. 흐르는 강물은 하염없는 눈물일 뿐, 화려한 조명은 슬픔만 더할 뿐, 강변의 낭만은 외로움만 키울 뿐, 연인들의 유쾌한 웃음과 사랑의 속삭임 역시 그리움만 키울 뿐이다.
그러고 보니 이 세상 최고의 경치는 부다페스트가 아니다. 사랑하는 가족의 웃는 모습이다. 이 세상 최고의 관광은 다뉴브가 아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다. 그러니 오늘도 그 경치부터 먼저 감상해보자. 그 관광부터 즐거워하자. 따지고 보면 그 여행의 남은 기간도 생각만큼 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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