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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기회를 사라(εξαγοραζομενοι τον καιρον) 조회수 : 1027
  작성자 : 김종훈 작성일 : 2019-12-19



또 생각해보아도 여전히 감동적인 어느 권사님 얘기. 어느 날 흥분된 목소리로 전화 한통이 걸려온다. “목사님, 너무 감사해서 전화 드렸어요.”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이렇게 말씀하신다. “지난 추수감사주일에 교회에서 선물해주신 감과 사과 있잖아요. 그 덕을 제가 이번에 너무 톡톡히 봐서 전화 드렸어요.” 그 말씀에 솔깃하여 더 귀 기울여 들었다.

얼마 전 아들한테 제가 너무 심한 소리를 했지 뭐예요. 너 자꾸 그렇게 엄마 속 썩일 거면 집을 나가라. 그랬더니 정말 집을 나간 거예요. 물론 속이 상하고 답답해서 한 말이지만 내가 너무했다 싶었죠. 하지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데 기회를 얻지 못했어요. 그런 중에 오빠가 돌아가셨단 얘기를 듣게 되었는데 빈소가 강원도 철원이라 막막했어요. 허리가 너무 좋지 않아 2시간도 훨씬 넘게 걸리는 그곳을 대중교통으로 가려니 엄두가 나지 않고, 남편도 요즘 너무 바빠서 갈 시간이 되지 않고... 그래서 남편과 의논했더니 자기가 아들한테 부탁해보겠다는 거예요. 그러고서 답을 기다렸는데, 아들이 선뜻 엄마를 모시고 철원을 다녀오겠다고 했다지 뭐예요. 얼마나 감사한지... 그래서 얼른 주일1부예배를 드리고 출발하려고 교회에 나왔는데, 마침 그날 추수감사주일이라며 감사하고 사과하는 추수감사절이란 글이 적힌 감과 사과 봉지를 받았지 뭐예요. 그것을 보는 순간 이는 하나님이 날 위해 예비하신 선물이다싶어 부목사님께 하나를 더 받아 들고 갔지요. 그래서 하나는 남편에게 주면서 당신이 아들과 나 사이에 중간역할을 잘해줘서 너무 고마워요하면서 드리고, 아들한테는 엄마가 너무 심한 말을 해서 미안해. 용서해줘하면서 사과하는 마음으로 건넸더니, 아들이 그 글씨를 보고는 피식 웃으며 신기하게도 그 감정이 다 풀어졌지 뭐예요. 교회 감사절 선물 덕분에 우리 가족의 관계가 다 풀어져 너무 감사해서 전화 드렸어요.”

그 전화 한 통에 성도들을 생각하며 감사절을 조금이라도 더 의미있게 보내게 해드리려고 경북 문경에서까지 맛좋은 감과 사과를 특별히 골라 주문하여 섬긴 보람이 한 번에 느껴졌다. ‘~ 이번의 이 선물은 그 가정을 위해 예비한 것이었구나. 나의 아이디어가 그 가정을 위해 쓰임 받았구나싶어 나 또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그러면서 든 또 하나의 생각. ‘이렇게 기회는 모두에게 주어졌지만 그것을 자신을 위한 기회로 삼는 이는 따로 있구나하는 생각. ‘하루 24시간, 1365일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지지만 자신을 위한 기회로 삼는 자는 나름 의미있는 성공을 거두고, 그냥 시간을 흘려보내는 사람은 별 성과 없이 또 1년을 보내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그 뿐이랴. 공부할 수 있는 기회, 건강 관리할 수 있는 기회, 사랑할 수 있는 기회, 일할 수 있는 기회, 믿음 성숙시킬 기회 등도 그럴 터.

예배도 마찬가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함께 예배는 하지만 그 은혜와 감동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매주일 도약과 변화의 기회로 삼는 이가 있는가하면, 그냥 습관적으로만 앉았다 가는 이도 있을 수 있고 보면, 결국은 예배의 횟수보다 예배자의 태도가 결정적이라 할 것이다. 물론 오늘의 이 예배에 준비된 은혜와 감동 역시도 날 위한 것으로 믿고 귀와 마음을 활짝 열어 놓은 자의 차지가 될 것이다.

그래서 성경도 세월을 아끼라’(5:16), ‘기회를 사라’(εξαγοραζομενοι τον καιρον)고 했을 터. 그러고 보니 이제 2019년 한해도 스무날 정도만 남았다. 가는 세월 그 누구가 잡을 수가 있으랴마는 가는 세월 그 누구도 내 것으로 만들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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