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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표정을 알 수 없는 시대 조회수 : 971
  작성자 : 김종훈 작성일 : 2020-06-05



코로나-19가 가져다준 또 하나의 답답함. 어디서 누굴 만나든 죄다 마스크만 쓰고 다니니 사람을 만나도 도대체 표정을 알 수가 없다는 점. 물론 마스크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언어로도 소통이 안되는 건 아니지만, 언어는 표정과 함께 전달되어야 신뢰도 쌓이고 설득력도 있는 법인데, 요즘은 그렇질 못해 답답하단 말이다.

이는 설교자로서도 그렇다. 앞에서 말씀을 전하면 성도들 표정부터 눈에 들어온다. 말씀을 잘 받고 있는지 아닌지가 그 표정들을 통해 파악된다. 전하는 자와 듣는 자가 그 표정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 나는 입으로 말하지만, 그들은 표정으로 말한다. “은혜롭다. 지루하다. 재밌다. 힘들다등등.

그런데 요즘은 앞에서는 여전히 떠드는데 그들의 표정은 알 수 없으니 답답하다. “아멘도 전처럼 잘 들리지 않고. 대체 이해는 되시는지? 은혜는 되시는지? 너무 궁금하다.

그래서 이래저래 그 표정을 보고픈 마음이 요사이 더 굴뚝같다. 사람의 진심은 그 표정을 통해 드러나는 거라는데. "말의 내용과 표정이 다르면 말보다 그 표정을 믿으라"던데. 말은 그럴듯한데, 표정이 아닌 것 같으면 그 표정이 말하는 것이 더 진실일 거라던데.

메라비언의 법칙(The Law of Mehrabian)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 사람이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이미지는 청각(말하는 목소리, 억양, 음색, 내용)을 통해서는 45%이고, 시각(몸짓, 표정)을 통해서는 55%라는 주장. 세계적인 심리학자 폴 에크먼(Paul Ekman)도 마찬가지. “표정이라는 인간의 비언어적 신호는 세계 만국 공용어라고. 그래서 말은 몰라도 표정으로는 다 안다고.

결국 사람은 말로만 쓰고 듣는 것 같아도, 표정으로 더 말하고 표정으로 더 읽는다는 얘기다. 그래서 수어통역사들은 '얼굴이 반'이라 절대로 마스크를 쓸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그 표정을 마스크 속에 죄다 감추고만 있으니 오고 가는 대화도 영 시원치를 않다. 긴가민가할 때가 많다. 저 말이 진심일까? 표정 감추고 내뱉는 저 말은 신뢰할만한가? 솔직히 의심된다. 그 전엔 속에 없는 말을 할 참이면 말해놓고 돌아서서 다른 표정을 지었다면, 요새는 마스크가 가려주니 면전에서조차 말과 표정을 다르게 짓는 것도 가능해졌으니 말이다.

그래서 더 그립다. 꾸며진 말이 아닌 드러난 표정으로 교감하고픈 마음. 그것을 통해 진심을 알고, 그것을 통해 웃고도 싶고 울고도 싶은 마음. ~ 대체 언제쯤 이놈의 코로나-19가 물러가 사람들 표정도, 성도들 표정도 다시 볼 수 있을까?

물론 어떨 땐 이 표정조차도 한계는 있더라. 앞에선 그럴듯한 표정을 지었어도, 실상 마음은 다른 경우. 그렇게 뒤통수 맞을 때도 있긴 있더라.

왜 우리의 관계가 그래야만 하는지 모르겠다. 왜 말과 표정과 마음이 따로 놀아야 하는지 서글프다. 왜 열 길 물속은 아는데 한 길 사람 속은 몰라야 하는가? 

무슨 말을 듣고서도 과연 그럴까를 고민해야 하는 세상. 무슨 표정을 보고서도 아닐 수도 있을 거야라고 의심해야 하는 세상. 뒷조사도 해보고, 파헤쳐도 봐야 하는 세상. 나랑 대화하고 있으면서도 상대방 머리 돌아가는 소리까지 들어야 하는 세상. 저 말이 진짜일까? 저 표정이 진짜일까? 머리 굴려봐야 하는세상. 정말로 피곤하다.

그냥 쉽게, 그냥 있는 그대로, 보이는 대로 믿고 들리는 대로 믿고 그게 그 마음이려니 하고 사는 세상. 말 듣고 표정 봤으면 그 마음도 그러려니 믿는 세상. 보이는 게 전부이고, 감춘 건 없는 세상. 정말이지 다시 마스크 벗는 날이 오면 그 세상도 부디 함께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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