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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월요일 밤 황당 사건 조회수 : 11663
  작성자 : 김종훈 작성일 : 2021-02-26



지난 월요일 오후, 대전에서의 목회자 모임이 끝나고 저녁식사를 위해 이동해야 하는 시간. 주최측에선 “각자 카톡으로 식당 주소를 올려 드릴 테니 그쪽으로 오시라”는 광고가 있었다. 그래서 난 일단 차량부터 탑승한 뒤에 보내준 주소를 보고 네비게이션을 입력하면 되리라 여기고는 얼른 화장실부터 들른 후 차량에 앉았다. 그렇게 주차장을 나오니 벌써 시간은 밤 8시가 다 되었고, 이미 밖도 깜깜해져 있었다.

그래서 나도 얼른 스마트폰을 꺼내 식당 주소를 확인하려는데, 마침 주차장에서 몇 대의 차량이 이동을 시작하고 있음이 보였다. 그래서 순간 ‘아 이러면 굳이 네비게이션 켤 필요는 없겠네. 저 차량 중 하나만 따라가면 되겠네’ 생각했다. 왜? 모두가 다 식당가는 차량일 테니까.

하여 나도 그중 한 대를 따랐다. 밤이라 그 앞차, 그 앞차까진 보이지 않았지만, 바로 앞 차량 정도는 충분히 따를 수 있었다. 신호등 있는 사거리를 지날 때면 꼬리물기를 해서라도 따라붙었고, 혹 중간에도 다른 차량 끼어들지 못하도록 바짝 따라붙었다.

하지만 그렇게 10분가량을 달렸을까? ‘그런데 왜 아직 도착을 안하지?’ 조금씩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식당을 좀 멀리 잡았나 보지’하며 넘겼다. 하지만 그 후로 또 5분이 더 흐르고, 눈앞에 믿을 수 없는 장면이 펼쳐지고서야 뭔가 일이 크게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바로 내 눈앞에 고속도로 진입로 ‘서대전톨게이트’가 나타난 것이다.

우째 이런 일이~ 하지만 어쩌겠나? 이미 방향은 그쪽으로 틀었으니 되돌릴 수도 없고... 하여 일단은 톨게이트를 통과하여 그제야 앞차 따르는 걸 포기하고는 우측 갓길에 차량을 세웠다. 그리고는 그제야 카카오톡으로 보내준 식당 주소도 확인했다.

그랬더니 세상에~ 식당과는 완전히 반대로 왔을 뿐 아니라, 거기로 가려면 다음 톨게이트에서 빠져나와 또 20분을 더 가야 하는 거리였다. 정말이지 얼마나 내가 바보 같던지? 도대체 내가 지금까지 따라온 차는 뭔지? 이 이해할 수 없는 일 앞에 창피해서 어디 말도 못하고, 그냥 허탈만 할 뿐이었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만 되어버렸다.

그러자 드디어 전화도 오기 시작했다. “목사님. 왜 안 오세요? 우리 식당에서 다 기다리고 있어요. 음식 벌써 나왔어요” 그러는데, 무슨 할 말이 있어야지. “예~ 제가 길을 잘못 들어 좀 돌아가고 있습니다. 먼저 드세요”라는 말씀만 드릴 뿐.

그래서 다시 출발. 그랬더니 네비게이션은 나를 ‘안영IC’라는 곳으로 인도했고, 그러고도 또 컴컴한 산길을 돌아 20분을 더 달리고서야 식당에 도착하였다. 벌써 식사는 반쯤 진행되었고, 난 그 상황을 누구에게 말도 못 하고, 식사도 먹는 둥 마는 둥 마쳐야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 식사 자리에 딱 한 분이 안 계셨다. 알고 보니 약속이 있다며, 하필 그분만 식당으로 오지 않고 바로 ‘정읍’으로 가셨단다. 그러니 하필 나는 그 많은 차들 중에 그분 차를 따른 것이다. 그래서 그 차는 ‘서대전톨게이트’를 향했던 것이다.

그러니 이제 와 누굴 탓하랴. 다 내 잘못이거늘. 하필이면 내가 그날따라 주최측이 보낸 식당 주소도 확인 안한 내 실수이거늘. 모든 차량이 당연히 식당으로 갈 거라고만 추측한 내 생각의 잘못이거늘. 며칠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너무 창피한 일이다.

그래서 다시 얻은 뼈아픈 교훈 하나. 절대로 내 생각과 추측은 틀릴 수 있다는 것. 아무리 그럴듯해 보여도 반드시 주최측 안내부터 따르라는 것. 그러고 보니 인생도 그렇더라. 내 생각 내 추측은 아무리 그럴듯해도 틀릴 수 있다. 반드시 말씀의 네비게이션부터 읽어야 한다.

이상이 그날 밤, 시간 쓰고, 기름 쓰고, 고속도로비 내고, 배고프고, 허탈하고, 바보 같은 경험을 통해 얻은 찐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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