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여성축구대회'를 끝내며... | 조회수 : 226203 |
작성자 : 김종훈 | 작성일 : 2022-11-03 |
저도 처음 이를 계획하고 시작할 때에는 이렇게까지 성도님들이 좋아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이렇게까지 재미있어 하실 줄도 몰랐고, 이렇게까지 열심히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실 줄도 몰랐습니다. 이렇게까지 날마다 모여 연습하는데도 지치지 않고, 오히려 더 끈끈해질 줄도 몰랐습니다. 게다가 아이들도 나와 엄마를 응원하고, 아내를 축구에 뺏기고 혼자 애들을 다 보게 된 남편들도 아내들의 그런 파이팅 넘치는 모습에 이렇게까지 기뻐할 줄도 몰랐습니다.
물론 처음 광고가 나가고 선수를 모집할 때만 해도 ‘여성축구대회’는 별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시큰둥했습니다. 선수모집부터 어려워, 교역자들까지 나서서 개별적으로 연락해 권면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고사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너무 생소한 운동이라 두렵다”고만 했습니다. “왜 갑자기 축구는 해야 하는지 이유도 가치도 모르겠고, 상황도 안된다”는 거였습니다.
그런 어려운 과정을 거쳐 선수도 모집되었습니다. “교회의 권면이니 순종이라도 하자”, “오죽 사람 없으면 나한테까지 연락하셨겠냐”는 그저 착한 마음 하나로 허락하고 참여하셨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팀별 만남. 서로 잘 모르기도 하는 멤버에, 생소한 축구공에, 어색한 운동복에, 인조 잔디 위에까지 서서 그야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첫 조우는 이루어졌습니다. 난감하기는 남자 감독과 코치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그렇게 그녀들은 난생 처음 드리볼이란 것도 해보고, 패스도 해보고, 슛도 해보고, 인터셉트에, 태클도 해보면서, 태반이 헛발질에, 우루루 몰려다니기만 했지만, 그래도 점점 재미 붙여가며, 그 어색함들도 조금씩 떨쳐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던 그녀들이... 지금은 어떻게 됐느냐? 한마디로 난리가 났습니다. 연습이 거듭되고, 분위기 무르익고, 자신의 등번호와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도 갖춰 입게 되면서, 기술도 연마하고, 파이팅도 함께 외치고, 땀도 흘리게 되면서, 이제는 뜯어말려도 계속하겠다는 쪽으로 180°(도) 바뀌어 버렸습니다. 부디 이렇게만 끝내지 말고 “계속 우리 사랑하게 해주세요”를 외치고 있습니다.
사슴이 시냇물을 찾기에 갈급함같이 축구 연습도 사모하며 기다리는 여인들이 되어버렸습니다. 그전 같으면 남자들이 축구 얘기를 하거나, 축구하러 가거나, TV로 축구를 보고 있노라면 아무 관심도 없던 여인들이, 패널티킥이 뭔지, 핸들링이 뭔지, 코너킥이 뭔지도 몰랐던 그녀들이 이제는 TV의 ‘골때리는 그녀들’ 프로그램은 반드시 챙겨보는 이들이 되었고, 이제는 제법 패스도 잘하고, 킥도 잘하고, 몸싸움도 잘하는 프로급 선수들이 되었습니다.
물론 그러다 보니 다치는 분들은 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교회에서는 미리 일괄적으로 보험은 다 들어드렸지만, 그래도 다치는 건 안되는데, 그들의 정신만은 놀랍게도 멀쩡합니다. 오히려 더 미안해하고, 심지어 영광의 상처로까지 여깁니다.
“땀에 젖은 유니폼, 그것이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전부”라 했던 폴 스콜스(Paul Scholes)의 말이 생각납니다. “나의 장점은 드리블도 스피드도 아닌 축구에 대한 열정”이라고 했던 호나우두(Ronaldo)의 말도 생각납니다. “쓰러질지언정 무릎은 꿇지 않겠다” 했던 박지성 선수의 말도 생각납니다. 그래서 고맙습니다. 이렇게까지 최선을 다해준 ‘FC금암동불바다’, ‘FC에바다’, ‘FC삼삼오오’, ‘FC어때녀’, ‘FC사공탄’, ‘FC싹쓸이’ 팀 그녀들이 고맙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기도합니다. 아무쪼록 오늘 마지막 경기까지도 승패를 떠나, 다치지 말고, 즐겁게 운동하고, 주안에서 교제하기를... 함께 땀 흘리며 파이팅 외쳤던 그 연대감(連帶感/Solidarity)이 복음과 교회를 위해서도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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