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선거가 코앞에 다가오니 저마다 후보들에 대한 날선 검증 공방이 뜨겁다. 앞으로 이 나라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 것인가에 대한 정책 공방도 그러하지만, 특히 이번에는 각 후보들의 과거 행적에 대한 추궁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뜨거워진 모양새다.
아들 채용 비리, 부인 채용 비리, 00결의안 기권, 00흥분제, 배신자 딱지, 비서의 음란 낙서 등등 정말 대통령 되겠다고 나서지만 않았다면 누구도 알 길 없는 일들이 속속 드러나 버린 것이다. 그래서 후보들은 그에 대한 해명과 사과에 진땀을 빼기도 하였다.
사실 이런 일들은 장관 청문회 등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위장 전입, 병역 기피, 논문 표절, 세금 탈루, 부동산 투기 등은 그 어느 청문회에도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이다. 거기다가 후보자의 과거 발언들까지 다 파헤치고, 심지어 배우자나 자녀 문제들까지 다 쑤시기 시작하면 그 어느 누구도 그에서 자유로운 후보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니 청문회 무서워 장관 못하겠다는 사람들도 정말 생길만 하다. 제발 청문회 없는 자리로 보내달라는 이들도 생길만 하다.
그만큼 검증은 가혹한 과정이다. 실제로 들켜서 얼굴 빨개질 일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사실도 아닌 일, 자신도 기억 못하는 일, 자기와 관계도 없이 일어난 일들 때문에 억울하기도 하다. 보는 우리들도 애처로워 보일 때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필요해 보인다. 아픔도 있지만 아픔도 견디고, 억울하기도 하지만 억울함도 견디고, 사실이 아닌 것은 아닌 대로 잘 설명하는 후보자의 태도 또한 후보자의 능력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경우엔 너무 비열하고 지나친 인신공격도 있지만, 그 또한 국민들이 다 판단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이는 남 얘기로만 볼 것도 아니다. 나는 평생 장관될 일 없다며 안심할 것도 아니다. 내 인생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무엇보다 나는 장관될 일 없다며 지도자 욕하는 건 아무래도 비겁하다. 내가 높은 자리에 오를 일이 있든 없든, 오늘의 내 삶부터 늘 정직하게 단도리하는 일은 꼭 필요하다. 누가 뭘 물어도 대답을 준비하며 사는 삶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검증 이야기를 하고보니, 우리가 이다음 하나님 나라에 입성할 때도 궁금해진다. 우리의 외모뿐 아니라 중심도 보시는 하나님, 드러난 잘못 뿐 아니라 드러나지 않은 죄도 다 아시는 하나님, 나의 앉고 일어섬을 아시고 나의 모든 길과 눕는 것을 살피시고 나의 모든 행위를 아실뿐 아니라 나의 생각까지도 밝히 다 아시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천국 들여보내시기 전 당신도 좀 청문회 하셔야겠다고 나서시면 과연 어떻게 될까?
도대체 그 앞에서 뭘 숨길 수 있겠으며, 뭘 부인할 수 있겠으며, 뭘 변명할 수 있을까? 다 아시는데. 그러니 정말로 큰일이다. 절대 피할 수 없는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만큼은 걱정할 일 없겠다. 이에 대한 너무나 놀라운 약속이 있으니까. 물론 율법의 잣대로야 그 누구도 의롭다 함을 입을 육체는 없지만, 믿음을 가진 우리들에게는 율법 외에 나타난 하나님의 의(義)가 있다. 그 의(義)는 모든 믿는 자에게 미치는 차별 없는 의(義)이며(롬 3:20-22), 하나님이 직접 선언하신 의(義)이다(롬 8:33). 동이 서에서 먼 것 같이 우리의 죄과를 친히 우리에게서 멀리 옮겨버리셨다(시 103:12). 아예 우리의 죄를 인정도 하지 않으셨다(롬 4:8). 죄를 덮으시고 사하셨으며, 분노조차 거두셨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가장 엄격한 잣대가 필요한 천국 입성에 이렇게도 조건이 허술한 이유는 뭘까? 그게 바로 예수님의 십자가 은혜 덕분이다. 하나님의 감당 못할 사랑 덕분이다. 그 덕에 난 오늘도 어깨 펴고 사는 것이다. 당당하게 사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잘난 척은 말아야 한다. '나'란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 나도 알고 하나님도 아신다. 나의 나된 것은 다 하나님 은혜다. 그러니 함부로 죄짓지도 말아라. 그 은혜를 배신하지도 말아라. 조금이라도 그 은혜 갚으며 살아라. 그것만이 오늘 우리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