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가용성편향(Availability bias) | 조회수 : 1367 |
작성자 : 김종훈 | 작성일 : 2017-05-18 |
오늘은 재미난 심리학 용어 하나 소개해본다. 바로 ‘가용성편향’이란 말인데, 이는 우리가 흔히 범하는 실수 하나를 빗댄 말이다. 말하자면 우리가 무엇을 판단할 때 자기의 경험이나 지식으로만 세상을 규정하려는 실수를 두고 한 말이다. 혹은 자신에게 유난히 강조된 기억이나 자기가 상상 가능한 것으로만 특정 사건을 판단하려는 경향을 뜻하기도 한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사실 우리의 뇌(腦)는, 무엇을 객관적으로 생각하려하기보다는 자기에게 익숙한 장면으로 더 많이 생각하려는 실수를 가진 기관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기 뇌의 판단만을 믿는다. 자기 뜻대로 주워 담은 몇 생각의 조각들로만 어떤 틀을 만들고, 거기에 자신의 경험들을 끼어 맞춘다. 정말 상관없는 일까지도 말이다. 이게 바로 ‘가용성편향’이다.
미국의 한 교수의 실험도 그래서 섬뜩하다. 사람들에게 "비행 중인 항공기에서 떨어져 나온 부품에 맞아 죽을 확률과 상어에게 물려죽을 확률 중 어느 것이 더 많을까?”라는 질문을 해봤더니, 많은 사람들이 상어의 습격으로 인한 사망이 더 많을 거라고 답했단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가 훨씬 더 많단다. 30배나 된단다.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다르게 알까? 그것은 바로 항공기 부품에 맞아 사망했다는 뉴스는 들어본 적이 없어서이다. 하지만 상어에 물려죽는 장면은 영화에서도 많이 봐서이다. 이게 바로 ‘가용성편향’이다. 그러니 우리가 아는 사실과 진실도 정말 어처구니없을 때가 있다.
핵에 대한 두려움도 그렇다. 사람들은 핵의 위험이 화석연료의 위험보다 훨씬 더 클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화석연료로 인한 사망자가 훨씬 많단다. 왜냐하면 핵은 그 위험성 때문에 관리와 통제가 잘 이루어지지만, 화석연료는 그렇지 못해서이다. 화석연료는 채굴과 운송과정에서부터 사망자가 발생하고, 연소 후 발생하는 여러 오염 물질들 역시 생태계 전체를 위협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핵이 더 위험한 걸로 보는 것이다. 이 역시 뉴스가 핵을 더 크게 다루기 때문인데, 이게 ‘가용성편향’이다.
마치 이는 자동차보다 비행기가 더 위험하다고 보는 것과도 같다. 실제로는 자동차 추돌로 인한 사망 사고가 훨씬 더 많은데도 말이다. 이 역시 비행기 추락 사고는 대서특필되지만, 자동차 추돌 사망사고는 그렇게 크게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이 역시 언론에 의해 과대평가된 ‘가용성편향’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부터라도 언론을 너무 맹신하진 말자. 언론이 판단 기준이 되어서도 안된다. 언론은 정의가 아니다. 언론의 노출 빈도가 훌륭함의 보증이 아니며, 언론으로 공공의 적을 만들어놓고 자기는 의인인 양 여기는 것도 금물이다. 어떤 쪽으로든지 무엇을 과대평가하도록 만드는 것은 언론의 전형적인 역기능이다. 그러니 뉴스도 참고만 하자. 절반만 믿자.
이렇게 우리의 사고는 자신의 경험과 알고 있는 지식, 강조된 기억과 언론의 보도 그리고 이미 설정한 자기 나름의 시나리오 등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세상은 생각보다 복잡한데 말이다. 가치의 스펙트럼 또한 너무나 넓고 큰데 말이다. 그러니 뭐든지 잘 판단하자.
지난 주 518 기념식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단 소식을 들었다. 대통령의 참석과 위로가 큰 힘이 되었단 소식이다. 정말 잘한 일이다. 또한 그들에게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런 죽음들만 있는 건 아니다. 그 어떤 뉴스에도 나오지 못하고, 아무런 이슈도 남기지 못한 죽음에도 기릴만한 죽음들은 너무도 많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억울한 희생 역시 많다. 물론 내 주변에도 더러 있다. 그들 역시 알아주고 위로해주고 보상해주어야 할 우리 국민들이다. 관심 받지 못했다고 관심 가질 가치조차 없는 건 결코 아니다. 그래서 말인데, 이 나라 대한민국의 새 지도자는 제발 이런 '가용성편향'에 빠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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