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떠나시려면 꼭 잘 돼서 떠나세요” | 조회수 : 1072 |
작성자 : 김종훈 | 작성일 : 2017-06-02 |
"떠나시려면 꼭 잘 돼서 떠나세요". 이는 6년 전 세교성전을 막 입당하고 얼마 되지 않아 내가 강단에 서서 했던 말이다. 입당하자마자 예배당을 가득 메워준 새 가족 성도들이 너무 고마워서 그랬다.
“여러분, 이왕 이렇게 우리 교회 나오셨으니, 어렵게 기도하며 교회도 선택하셨을 테니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 믿고 주님 부르시는 그날까지 우리 교회를 충성되게 잘 섬겨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만의 하나 사정이 생겨 혹 오산을 떠나고 교회도 떠나시게 된다면 꼭 지금보다는 더 잘되셨을 때만 떠나시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전까지는 전 여러분을 절대로 보내드릴 수 없습니다.”
이는 성도님들을 향한 나의 솔직한 바램이기도 했지만, 앞으로 내가 성도들 앞에서 어떤 자세로 목회하겠다는 다짐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였다. 더 많이 성도들을 축복하는 목회자, 최선을 다해 성도들을 섬기는 목회자가 되겠다는 의미였다.
그러기를 6년, 문득 그 말이 지난 주 새 가족으로 등록한 한 성도의 가정을 심방하며 다시 생각났다. 오산에서 태어나 자라지도 않은 분, 오산에 아무 연고도 없는 분, 직장도 오산이 아닌 분, 그런데도 사정상 오산으로 이사 오게 되면서 우리 교회를 고민 끝에 등록하게 되었다시는데, 그 사정과 고백들을 듣는 내 가슴이 참 많이 울렸다. 다시 내 마음이 새로워졌다. 그렇게라도 오셨다는 게 너무나 반갑고 고맙기도 했지만, 동시에 무거운 영적 책임감도 느꼈기 때문이다.
‘부디 이곳에서 꼭 다시 일어나셔야 할 텐데, 무엇보다 믿음이 놀랍도록 성장하셔야 할 텐데, 그래야 언젠가 보내드리더라도 마음 가벼울 텐데’하는 생각이 다시금 나를 가득 채웠다.
그러고 나니 주중에 만나는 성도 한 분 한분들부터 다시 달리보인다. ‘요즘 저 성도님 형편은 어떤가?’ 부부 관계는 괜찮은가? 아이는 잘 크는가? 전에 아프시다는 데는 좀 나아지셨나?’ 이래저래 마음이 쓰인다. 이렇게 목회자는 이 거룩한 짐들을 영원히 지고 살아야만 하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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