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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17가지의 봄 조회수 : 861
  작성자 : 김종훈 작성일 : 2018-05-16

1. 간지럽다. 살갑게 불어오는 미풍 때문에 간지럽고, 바람결에 흩날려 얼굴에 닿는 꽃잎 때문에 간지러우며, 얼굴 없이 소리 없이 내리는 봄비 때문에도 간지럽다.
2. 부드럽다. 내가 좋아하는 카스테라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푸근한 이불솜처럼 부드럽다.
3. 부른다. 봄꽃들이 부르고, 봄바람이 떠민다. 바람이라도 난 양 엉덩이는 들썩이고, 누구라도 불러만 준다면 달려갈 셈이다. ...
4. 따사롭다. 이른 아침 동쪽 창문 블라인드를 올리며 들어오는 아침 햇볕이 따사롭고, 오전 내내 세워 둔 차 안이 따사로우며, 난민선교집회 다녀온 나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어주시며 예그리나에서 차 한 잔까지 사주시는 권사님의 정(情)이 따사롭다.
5. 화려하다. 아파트 뒷동산이 화려하고, 여인들 옷차림이 화려하고, 장례식 참석차 부산을 다녀오며 기차 창밖에 펼쳐진 우리나라의 산과 강과 들이 화려하다.
6. 찬란하다. 정오의 태양이 찬란하고, 여기저기 빨강 노랑 초록 연분홍 칠 해놓은 꽃잎들이 찬란하고, 장례식 때문에 내려간 부산에서 눈에 넣은 북항대교 조명이 찬란하고, 2018년 봄을 50대로 살고 있는 내 인생이 찬란하다.
7. 공원이다. 아파트 마당 작은 꽃밭도 공원이고, 교회 가는 고인돌공원 길과 오산천 길도 모두가 다 공원이다.
8. 흐드러진다. 도처에 개나리 진달래 철쭉 목련이 흐드러지고, 차 안에 흐르는 KBS라디오 클래식FM의 음악에 흐드러지고, 지방회 행사 봉사를 다 마치고 예그리나에서 커피 한잔을 나누며 깔깔대는 집사님들의 웃음꽃이 흐드러진다.
9. 춤춘다. 하늘의 구름이 춤추고, 쌩쌩 달리는 차량에 길가의 개나리가 춤추고, 여인들의 치마가 춤추고, 상큼한 공기에 내 걸음 또한 춤춘다.
10. 올망졸망하다. 예꼬선교원과 영락어린이집 아이들이 어디론가 줄지어 가는 모습이 올망졸망하고, 강의실에 도착해 캠퍼스에 내려다보이는 학생들이 올망졸망하고, 봄 언덕에 올라 내려다보이는 오산의 집들이 올망졸망하다.
11. 달콤하다. 아름다운 관광지는 언제나 사람들이 붐벼 차량들부터 꼬리를 물지만, 그래도 인내하고 찾아가면 결과는 언제나 달콤하다.
12. 담고 싶다. 스마트폰에 담고 싶고, 노래에 담고 싶고, 추억에 담고 싶다. 은혜를 담고 싶고, 정을 담고 싶고, 향기를 담고 싶다.
13. 떠오른다. 아이들 어렸을 적에, 남들은 오랜 시간 돈 들여 찾아오는 그 진해의 벚꽃을 우리는 그 도시 진해에 살았던 혜택으로 그냥 내 집 앞에서도 맘껏 즐겼던 기억도 떠오른다.
14. 노곤하다. 병든 닭처럼 노곤하고, 유모차에 탄 아기처럼 노곤하고, 밤이라도 샌 수험생처럼 노곤하니 웬일인지 모르겠다.
15. 고맙다. 난데없이 아내가 한화리조트 벚꽃이 보고 싶다 해서 무조건 달려갔는데, 대부분은 졌지만 그래도 한두 그루는 여전히 전성기 그대로 남아있어 줘서 참 고맙다.
16. 아쉽다. 하지만 대부분은 다 떨어져 푸른 기운만 감돌고 있었으니, 어물쩍거리다 이 아름다운 시기를 다 놓쳐버린 것 같아 너무 아쉽다.
17. 말한다. 그래도 혹독한 겨울을 보내는 이들에게도 반드시 찬란한 봄은 온다는 것을 이 봄은 말한다. 죽은 것 같은 동토에서 다시 잎이 돋고 앙상한 나뭇가지에서도 다시 꽃이 피듯 당신의 인생에도 다시 생명의 움 돋을 것이니 절대로 절망치 말 것을 이 봄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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