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소확행(少確幸)Ⅱ | 조회수 : 1329 |
작성자 : 김종훈 | 작성일 : 2019-06-21 |
한 번은 더 써보렵니다. 지난주 주보 목양칼럼 말미에 썼던 글이 그냥 한 말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물론 이외에도 소개할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 small but sure happiness)은 너무 많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주보의 ‘목양칼럼’란마저도 작아 보인다”했던 그 글.
물론 그렇다고 대단한 일이 계속 많았던 건 아닙니다. 늘 그래왔고, 또 익숙한 것들, 그냥 넘길 수도 있는 것들뿐입니다. 하지만 그 평범도 비범하게, 일상도 특별하게 바라보는 시각을 하나님이 주시니, 모두가 감동이고 모두가 행복인 걸 어쩌겠습니까?
예컨대, 오늘도 저는 목양실에 앉아 성도들이 써낸 간증문을 찬찬히 읽습니다. 제가 진행하는 성경공부반원들로부터 받은 간증들입니다. 물론 그 역시 대단한 일을 겪고 쓴 건 아닙니다. 갑자기 무슨 좋은 큰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그냥 지나쳐도 되는 일상의 소소한 은혜들뿐입니다. 그저 예배 때마다 말씀을 통해 받은 은혜들, 교우들과의 교제를 통해 받은 은혜들, 교회를 섬기며 받은 은혜들, 일상의 기도 응답을 통해 받은 은혜들, 고난을 통해 깨달은 은혜들입니다. 그런데도 읽는 제겐 구구절절 은혜가 넘칩니다. 정말이지 저 혼자만 읽기엔 아까울 정도입니다. 그러니 이 또한 목회자인 제겐 ‘소확행’이 아닙니까?
그런가하면 예배당 계단을 오르는데 그냥 들어도 들리는 우렁찬 중보기도팀의 기도소리도 그러합니다. 정말이지 그분들은 누군가 내어놓은 기도 제목 하나에 생명을 걸 듯 기도합니다. 그러니 어찌 그 기도를 하나님이 외면하실까요? 그래서 그 또한 저의 ‘소확행’입니다.
점심을 먹으러 로비로 내려가니 오늘도 도시락봉사자들의 손길이 바쁩니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때가 되면 나타나는 우리 천사들, 이들이 바로 우리 교회가 도시락 봉사를 20년이나 이어올 수 있었던 주역들이라 생각하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저의 ‘소확행’이 됩니다.
그렇게 다시 주일. 누구보다 일찍 나와 분주히 예배를 준비하는 교역자와 직원들, 사역을 위해 먼저 로비에 둘러서서 기도로 준비하는 평신도사역자들의 모습 또한 저의 ‘소확행’입니다.
목양실을 들르러 세교 5층에 오르니 로비에 유치부 아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깔끔히 정리해놓은 주보, 이름표, 헌금봉투 등이 보입니다. 한 유치부 엄마가 유치부 예배에 참석하는 딸아이를 꼭 안아주면서 “오늘도 00이가 예배 잘 드리게 해주세요”라며 기도해줍니다. 이 모습을 눈에 넣으니 또 저의 ‘소확행’입니다.
이어 예배가 시작되니 8시 그 이른 시간부터 예배하기 위해 오시는 성도들을 봅니다. 찬양과 반주와 기도와 안내와 차량봉사자들을 보고, 말씀을 전하는 내내 '아멘'으로 화답하시는 성도들을 보고, 오늘도 제 설교 제목을 멋지게 써 준 전종현 집사의 캘리그라피를 보고, 예배 후엔 등록한 새가족들과 사진도 찍고, 기도가 필요한 이들을 기도해드릴 수 있음과, 권사님 한 분이 매주 궐동과 세교를 오가는 저를 위해 챙겨준 간식도 한 입 먹고, 3부 예배 후 성도들과 함께 국수도 먹으니 그 또한 저의 ‘소확행’입니다.
오후 2시, 교구별연합예배에 격려차 궐동성전에 도착했는데, 예안 예율 예준 꼬마 셋이 계단에서 놀다가 저를 보고는 “목따니~”하면서 발음도 안 되는 그 입술로 저를 반가워해줍니다. 그래서 저 또한 그 아이들이 반가워 한 놈을 번쩍 들어줍니다. “잘 있었어?” 그러고는 예배당을 들어가 앉았는데 자꾸 그 말이 생각이 납니다. ‘목따니~~ 그래 니 말이 맞다. 난 목따니다. 주를 위해서라면 결국은 내 목도 드려야지...’ 이렇게 제 사명도 다시 새길 수 있으니, 지난주일 역시도 저의 ‘소확행’이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이 ‘소확행’들을 일부러라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의외로 재미가 괜찮고, 의외로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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