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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아디아포라(ἀδιάφορα) 조회수 : 1171
  작성자 : 김종훈 작성일 : 2019-08-01



신학용어에 아디아포라’(ἀδιάφορα)라는 단어가 있다. 이는 성경에 딱히 하라' '마라는 규정이 없는 것들을 뜻한다. 선도 악도 아닌 것명령 받지도 않고 금지되지도 않은 것, 권면할 순 있으나 강요할 순 없는 것, 좋은 일이긴 하지만 누구나 그래야 한다 말할 순 없는 것, 한 것에 대하여는 박수칠 수 있지만 하지 않음에 대한 잘못은 없는 것. 그래서 이 영역은 성도 각자가 자기의 신앙양심을 따라 행동하도록 맡겨진 영역이다.

이는 고린도교회도 갈등했던 문제이다. 시장에 내다파는 고기를 사먹을 수 있냐 없냐에 관한 문제. 당시 그 고기는 이미 신전의 우상에게 바쳐진 것이기에 성도들이 사먹어서는 안된다. 다니엘도 뜻을 정하여 우상에게 바친 음식은 거절하지 않았냐는 측이 있었다. 하지만 음식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니지 않느냐, 어차피 우리는 우상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데 뭐가 문제냐는 측도 있었다. 이 문제가 불거지자 바울은 이를 '아디아포라' 영역이라 간주하며, "양쪽 다 일리가 있으니 각자 자기 신앙양심을 따라 행동하되, 이 문제로 누구도 정죄하지는 말자"고 했다. "다만 믿음 약한 자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믿음 강한 자들이 양보할 필요는 있다"며 일단락을 지었다.

그러고 보면 그런 일들은 지금도 더러 존재하는 것 같다. 그 일을 한 것에 대하여서는 칭찬할 일이지만하지 않은 사람들더러는 뭐랄 수 없는 일들... 뭐가 있을까?

예컨대 주일이면 책으로 된 성경찬송을 어김없이 손에 들고 오는 성도들이 있다. 너무나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은 이들에겐 권하고도 싶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맨손으로 오는 이들을 나무라긴 어렵다. ? 그들 손에 있는 스마트폰 성경찬송도 전혀 문제 없으니까.

매 금향로기도회 시간이면 안수기도를 받으러 강단에 오르는 분들이 있다. 분명 이들은 자기 삶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 있어서이다. 그런 분들을 보면 참 귀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 번도 안수 받지 않은 이들의 간절함을 의심할 수는 없지 않나? 

성악가가 교회의 초청을 받아 노래를 부르면 교회는 사례비를 건넨다. 그러면 저는 교회에서는 사례비를 받지 않습니다. 제 재능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니 교회에서만큼은 그러고 싶습니다는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을 만나면 참 훌륭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돈을 받는 분들을 뭐라 할 수는 없다.

우리 성도들 중에는 그 치열한 사회생활 중에도 여전히 단 한 방울의 술도 입에 대지 않는 분들이 있다. 너무나 훌륭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 년에 한 두 차례 어쩔 수없이 그 상황을 허락할 수밖에 없는 이들까지 뭐라하기엔 솔직히 무리가 있다.

이외에도 가능하면 저희는 주일예배뿐 아니라 주중예배도 열심히 참석하려 한다는 새신자, 십일조와 감사헌금은 부부가 같은 봉투에 드려도 주일헌금만큼은 꼭 각자가 드린다는 장로권사님 부부, “우리 목장은 반드시 가정을 돌아가며 모인다는 집사님 부부, "입대하기 전에 꼭 목사님 기도를 받고 가고 싶다는 청년, “어머니한테 배운 대로 교회가 필요하든 안하든 성미는 꼭 드린다는 여집사님 등등... 정말로 훌륭한 분들이지만, 이 역시도 아디아포라의 영역이다. 다 그러란 법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회자로서 갖는 내 마음은 솔직히 아니다. 그렇게 안하는 것보다 하는 게 더 귀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주일예배 후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권사님 한 분이 비닐봉지 하나를 건넨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 “목사님. 이번에 농장에서 블루베리를 첫 수확한 거라 드리고 싶어 가져왔어요.” 

이에 넙죽 인사를 드리고 나니첫 월급 탔다며 넥타이를 선물한 어느 청년도 떠오르고, 심지어 첫 월급은 하나님께 몽땅 드리고 싶다며 다 헌금해버린 어느 여집사님도 떠오른다.  

성도라면 이런 일은 무조건 해야 한다고 어느 성경이 가르치겠냐마는 성경에 그 가르침이 있고 없고를 떠나 그 마음과 믿음이 더 귀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러니 이왕 신앙생활하는 것, 성경에 있냐 없냐를 따져서 하기 보다, 더 복된 일 더 좋은 일이 뭘까를 선택하면서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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