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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일출(日出) 조회수 : 297890
  작성자 : 김종훈 작성일 : 2023-01-07



  얼마 전, 아내더러 “12일 바람이나 쐬러 가자며 함께 다녀온 강릉 바다의 일출 감동이 지금도 생생하다일부러 시간 맞춰 일어난 숙소 베란다에서 바라본 그 아침의 태양은 그야말로 탐스럽고 황홀하고 찬란했다

  “등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눈 앞에서 빛나는 태양옆에서 함께 가는 친구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캐나다의 영화배우 에런 더글러스 트림블(Aaron Douglas Trimble)은 말했는데필시 그 말은 그날 아침 나와 내 아내를 두고도 한 말이렸다하여 그 광경을 최대한 카메라에도 담아보려 애썼지만결국 그 벅찬 뭉클함까지는 담지 못했다마음에만 담았다그렇게 이 세상 아무에게든지 베풀어지는 그 보편적 은총의 태양은 그것을 의미있게 바라보는 누구에게는 더 특별한 은총의 태양이 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참 무심했다는 생각도 들었다1365일 중적어도 200일은 넘었을 그 맑은 날의 영롱한 태양의 출현을 과연 난, 몇 날이나 눈에 넣었던가세상의 밝아옴을 당연한 일로만 여기고서 그 매일의 시작을 감사하지 못했음이 새삼 부끄러웠다태양이 가져다주는 하루라는 선물이 어떤 기막힌 과정을 통하여 주어지는지를 너무 모르고만 살았던 것이다

  그날 보니 흡사 그 태양은 검은 바다의 두꺼운 껍질을 뚫고 나오는 거대한 알과도 같더라하여 그 바다는 거대한 노른자 태양을 탄생시키는 포란실(抱卵室)이었던 셈이다얼마나 경이롭고 얼마나 신비롭던지그 모습 앞에 서니 절대로 오늘을 헛되이 살아선 안되겠다는 결연한 다짐마저도 들었다.

  또한 그 장면은 흡사 태양의 대관식(戴冠式)과도 같았다그 왕의 출현으로 말미암아 그 모든 흑암을 다 물리치고 평정해버리는 장엄함과 위대함그 앞에서는 그 무엇도 그 누구도 감히 대적하지 못하더라그 광채를 향해 바라보고 있는 모든 이들의 염려와 두려움의 그림자들은 죄다 등 뒤로 숨어버리더라

  그렇다면 이는 영적 교훈도 준다우리의 시선이 주님을 향할 땐 모든 근심과 불안은 다 자취를 감추지만주님을 등지는 순간 그 모든 것들은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나 날 괴롭힐 테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난 전날강릉을 향해 고속도로를 달리다 잠시 휴게소에 들러 때마침 주차장에서 산 너머 지는 해도 보았는데그 모습에 내 영혼에도 별안간 짙은 어두움이 엄습함을 느꼈다.  그렇게 난 지금까지희망이 지면 곧 염려와 두려움이 덮는 세월만 살아왔던 것 같다

  하지만 밤이 깊을수록 새벽은 가까운 법다시 태양이 뜨면 어둠은 물러나는 법그 엄연한 이치를 그 아침에 다시 맞고 보니왜 난 그동안 영혼의 어두운 밤(The Dark Night of the Soul)만을 탓하며 지냈는지 모르겠다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Clement)의 말처럼하나님은 내 인생의 모든 일몰(日沒)들을 다 일출(日出)로 바꾸어 주시지 않으셨던가그런데도 왜 난사흘 만에 다시 사신 그리스도를 믿는 부활 신앙마저도 갖지 못했는지 부끄럽다

  그래서 또, 그래서 또 다짐해본다오늘 또 태양이 내 눈앞에서 다시 사라진다 하여도 이제는 전처럼 쉽게 좌절만은 않으리라곧 내 등 뒤에서 다시 떠오를 시온의 영광의 새벽을 준비하며슬픔과 애통이 기쁨 되는 아침을 소망하리라

  그런 점에서 오늘도 변함없이 날 찾아와 준 태양이 고맙다잠든 나를 깨워주니 기쁘다더이상 낙망치 않고이 찬란함에 걸맞는 시작을 다시 또 시도할 수 있음이 황홀하다이런 나를 하나님도 도우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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