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전화 한 통 | 조회수 : 1053 |
작성자 : 김종훈 | 작성일 : 2016-12-09 |
지난 목요일, 이른 아침부터 일산으로 달려가 교우의 장례예배를 인도하고 내려오던 중, 부목사님의 운전에 의지하여 잠깐 눈을 붙이려는데 문득 생각나는 이름 하나가 있어 얼른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열 번의 신호가 울리도록 받질 않아 그만 끊으려는데, “네~”하고 아주 힘없고 작은 목소리가 먼 곳의 소리처럼 마침내 들려왔습니다.
그래서 나 역시 조심스럽게 “여보세요? 000집사님. 김종훈 목사입니다”라고 했더니 그제야 기운을 차리시고 좀 더 가까운 목소리로 “아, 담임목사님이세요?”라고 응해주셨습니다. 그러시면서 그때부터 봇물 터지듯 당신의 마음이 요즘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 제게 막 쏟아 붓기 시작하셨습니다.
그 내용은 다름이 아니라, 일찍 부모님을 여의어 맘 잡을 데 없었던 동생들을 누나로서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돌봐왔는데, 올해 들어 그 남동생들을 둘씩이나 졸지에 병으로 잃고 하늘나라에 보내야만 했던 것에 대한 아픔이었습니다. 물론 저도 그 소식이야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게 지금까지도 아픔이 심하실 줄은 솔직히 몰랐었습니다.
게다가 그 둘을 위해 누나로서 그렇게 기도도 많이 하셨답니다. 잘 살게 해달라고... 그런데 ‘왜 하나님은 그 둘을 다 데려가셨느냐’는 원망이 너무 크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생일날인데도 며느리가 차려준 미역국도 넘어가질 않아 그냥 두고 있는 상황이며, 그래서 요즘 교회도 안 나가고, 심지어 오는 전화도 다 안 받고 있다’는 것이셨습니다.
그 얘길 듣는데 얼마나 제 마음도 아팠는지 모릅니다. 그 어떤 위로의 말 한마디도 생각나질 않았습니다. ‘오죽하면 저렇게까지 말씀하실까’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집사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제가 오늘 이 전화를 받은 이유는 어젯밤에 담임목사님 꿈을 꿨기 때문입니다. 저도 처음 꿔보는 꿈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아침에 전화벨이 울리기에 모르는 번호라 안 받을까도 했지만, 갑자기 어젯밤 꿈 생각이 나서 혹시나 해서 받았더니 담임목사님이셨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너무 죄송하고 감사하는 말씀이셨습니다. “대통령 전화보다 더 반갑다” 하셨습니다. 그 얘기가 어찌나 힘찼던지 함께 운전하는 우리 부목사님도 들었나 봅니다.
그러면서 이제 하나 남은 동생을 위한 기도 부탁도 하셨습니다. “이 동생도 불쌍한 동생인데 저렇게 술 담배를 많이 하니 걱정”이라시며 꼭 예수 믿고 새 삶 살 수 있도록, 건강할 수 있도록 간절한 기도를 부탁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당연히 그러겠다며, 그 즉석에서 전화를 통해서였지만 집사님 마음을 주께서 위로하시고, 남은 동생도 예수 믿고 강건하도록 간절히 기도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래도 하나님은 살아계시고 함께 하시니 다시 일어서시라” 부탁도 드렸습니다. “얼른 미역국도 드시고 생신날이나 다시 일어서라” 권했습니다. 그 덕분인지, 전화기에서 들려온 마지막 목소리는 처음 들려온 목소리와는 비교도 안되는 밝고 큰 목소리였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나니 참 많은 생각이 또 스쳤습니다. ‘아무 것도 아닌 나의 전화 한 통이 누군가에겐 이렇게 절실한 것일 수 있다니, 나의 기도 한 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천군만마를 얻게 한 일일 수 있다니...’ 새삼 내게 주신 특권에 감사하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날따라 하늘이 참 맑았습니다. 바람은 쌀쌀했지만 하늘은 더없이 파랗게 크게 열려 있었습니다. “주여 이 하루도 오산침례교회에 속한 모든 교우들의 삶도 마음도 저렇게 시원하게 열어주시옵소서.” 그러고 나니 어느 새 5745 차량은 교회 주차장에 무사히 다다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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