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말라위 선교여행(1) - '행복'이란? | 조회수 : 1337 |
작성자 : 김종훈 | 작성일 : 2017-01-21 |
선교여행 차 20시간을 비행기로 날아 도착한 아프리카의 최빈국 '말라위'(Malawi)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환경이 열악했다. 흡사 우리나라의 어느 시골역 같은 말라위 제2의 블랜타이어(Blantyre)국제공항부터가 그랬고, 녹슬어 제대로 굴러가지도 않는 수하물 카트부터가 그랬다.
그리고 만났던 모든 사람들 역시 어쩜 그렇게들 새까맣던지, 옷차림은 어쩜 그리 다 남루하던지, 애들은 더 심해서 성한 옷이란 없고, 여인들 또한 아기를 등에 업고서도 물동이를 이거나 나무를 나르는 등의 전형적인 후진국의 모습들이 포착되었다. 길과 집과 상점들 역시도 초라함의 극치였다. '아직도 지구상에 이런 나라가 있다니...' 너무 안타까웠다.
이렇게 사정이 여의치 않다보니 우리 선교팀들의 각오도 다부져야 했다. 며칠 베이스캠프로 사용한 숙소야 그런대로 괜찮았다만, 우리가 본격적으로 사역했던 두 곳(Shire / Kasinje)은 사정이 완전히 달랐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건 물론이고, 핸드폰도 터지지 않았다. 주변엔 상점도 없어 돈이 있은들 뭘 살 수도 없었고, 먹고 자고 씻고 싸고 하는 것 또한 불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음식도 한국에서 온 손님들이라고 정성껏 준비는 했다지만 입에 안 맞는 건 어쩔 수 없었고, 화장실도 손님 배려 차원에서 구멍을 파고 담도 쳐주었지만 한동안은 익숙지 않아 뱃속이 엄청 힘들었다. 샤워장 또한 대충 나무로 얼기설기 엮어 만들어 주었는데, 내 아내는 대낮엔 훤히 다 비춰서 도저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어두워졌을 때를 기다려 남편이 망을 봐주고서야 겨우 씻을 수 있었다. 그 조차 동네 아이들이 신기한 듯 샤워장을 둘러 진치고 구경하는 바람에, 아내는 내가 그것을 장난으로 걷어버리기라도 할까봐 샤워하는 내내 초긴장해야만 했다. 잠자리 또한 모기장을 치고 시멘트 바닥에 매트를 깔고 누워 침낭 속에서 잠을 청했는데, 그나마 교회당 안이라 비는 피할 수 있었지만, 창문이 없다보니 온갖 벌레와 모기의 총공격은 밤마다 방어해야 할 숙제였다.
거기다가 진행된 사역 또한,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현지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가 주된 사역이어서 나름 보람은 컸었지만, 좁은 예배당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열기에 후덥지근한 무더위와 우기철의 꿉꿉함까지도 견뎌내어야 했다. 물론 칠판이나 ppt활용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그러니 거기서 지내는 동안 내 안엔 무슨 생각이 꽉 찼겠는가? 핸드폰도 사용 못하고 전기도 없는 그 곳에서 무슨 마음이 들었겠는가? '이들이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 '왜 내가 비싼 댓가를 지불하고 이 고생을 하고 있나'는 생각? 아니다. 물론 처음에야 그랬다.
하지만 지내면 지낼수록 그 생각은 바뀌었다. 오히려 내가 더 문명의 편리함에만 갇혀 산 바보였음을, 익숙한 것만 전부라 여기고 그 어떤 불편도 못 견뎌하는 오만한 자였음을 깨달아갔다. 그들이 우리보다 오히려 더 행복할 수도 있겠단 생각마저 진해져 갔다.
그러니 핸드폰 몇 시간만 손에 없어도 아무 것도 못하는 현대인, 전기 없으면 모든 게 다 마비되는 현대 사회가 과연 좋기만 할까? 해만 지면 잠들고 날 밝으면 일어나고, 핸드폰이 없으니 먼데 사람 소식 올 때까지 그리워하며 기다리고, 가까운 사람 얼굴과 얼굴로 더욱 친밀히 살아가는 그들의 느림과 불편과 살가움이 삶의 더 소중한 것을 지켜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게 난 3주간의 먼 여행을 끝내고, 다시 대한민국이라는 초현대사회로 돌아왔다. 편리함의 극치를 향해 여전히 치닫는 세상 속으로 들어왔다. 그러니 어쩔 수없이 나는 또 이 사회에 적응해 갈 것이다.
하지만 잊고 있었던 그 세계를 보고 돌아온 지금의 내 마음은 조금 다르다. 아니 달라지고 싶다. 무엇보다 기다림과 그리움의 가치를 다시 느껴보고, 작은 불편쯤은 일부러라도 감수하며, 가능한 한 모든 걸 단순화시켜 살아보고 싶다. 목회도 그래보고 싶다. 왜? 참된 행복은 '직행'이나 '급행'보다 오히려 '역행'이나 '완행'에 더 있을 수도 있으니까. 이것이 전기 없고 핸드폰 없는 세상을 다녀와 본 나의 첫 묵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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