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두 마음 | 조회수 : 1098 |
작성자 : 김종훈 | 작성일 : 2017-07-26 |
1. 마침내 저의 큰 딸 성지가 두 번째 유학길에 오릅니다. 미국에서의 고교 졸업 후 대학까지 진학했었지만, 학비와 향수병 등의 이유로 결국엔 돌아와 여기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도 다니던 중, 다시 이렇게 또 한 번의 도전장을 내민 것입니다.
‘그냥 있는 곳에서 편하게 다니다 신랑도 만났으면..’하는 아비 마음이야 왜 없겠습니까마는 기도하며 결정했다 하니, 아비로서 한 번은 더 뒷바라지 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꿈꾸던 통번역대학원에 진학하게 된 건 기쁜 일입니다. 아는 분들은 세계 최고 학교라며 축하도 하십니다. 하지만 그래도 또 2년간 얼굴 못보고 살아야 하는 부모는 허전합니다. 그래서 좋기도 하지만 섭섭하기도 한, 저의 두 마음입니다.
2. 얼마 전 한 성도님이, 만류에도 불구하고 성도 다섯 명도 안 되는 개척교회를 섬기시겠다고 기어이 떠났습니다. 그렇게 어려우면 교회 차원에서라도 돕겠다 했지만, 그 뜻한 바는 꺾지 못했습니다. 참 많은 관심과 기도를 베풀었는데, 그 또한 우리 교회를 좋아했는데, 우리 교회에도 필요한 일꾼인데, 혹 그러다가 다른 상처나 입지 않을까 염려도 되지만, 이미 그렇게 결정해버렸다 하니 어찌나 섭섭하던지. 물론 언젠간 돌아오리라 믿고, 교적도 안지우고 기다리겠다며 나름 쿨하게 응했지만, 그래도 섭섭한 이 마음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 입장에선 귀한 결정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느 누가 그 뻔한 고생 사서 하겠습니까? 누구는 먼 나라에 가서 선교도 가는데, 쓰러져 가는 가까운 교회 가서 선교하겠다는 게 나쁜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다시 마음 바꾸어 진심 축복도 해드렸습니다. 기도도 약속했습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돌아서면 지워지지 않는 이 섭섭함. 어쩔 수 없는 저의 두 마음입니다.
3. 지난 월요일, 교역자들과 세미나를 다녀오는 길에 최근 통닭집을 개업한 성도 가게를 들렀습니다. 저녁 시간도 되고 해서 교역자들에게 닭 한 마리씩이라도 들려 보낼 작정으로, 개업한 가게 개시(開市)라도 해드릴 작정으로 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집사님은 너무나 반가워하셨고 우리는 당당하게 치킨 5마리를 주문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더위에 더 신나게 튀기시는 것 같아, 오기를 잘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집사님, 포장을 다 마치고 건네시며 “목사님. 오늘 이건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이러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절대 안된다”며, 직접 계산대로 가서 카드를 긁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작동법을 몰라 주춤하는 사이 집사님이 냉큼 오셔서 취소시켜 버렸습니다.
물론 섬기고픈 그 마음이야 왜 감사하지 않겠습니까마는, 한편으론 괜히 가서 부담만 드린 것 같아 마음이 그렇습니다. 대신 간절한 축복기도만 해드리고 가게를 나왔는데, 그래서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한 이 마음은 여전히 남은 두 마음입니다.
4. 두주 전 주일 저녁, 심방 한 군데를 갔습니다.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집사님 댁이라 더 간절히 예배하며 안수기도도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기도 받던 남편 집사님이 눈물을 훔칩니다.
이유를 물으니, 지난 해 다니엘 특새 때 자기는 너무 피곤해 특새를 못 나갔는데, 아내는 기어이 두 아이를 힘겹게 다 업고 나가는 모습이 생각나서랍니다. '혹시라도 내가 그때 같이 못 나가줘서 아내가 이렇게 아프게 된 건 아닌가 싶어 그 미안함에 눈물이 났다' 했습니다. 남편으로서 참 가슴시린 고백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얘기를 듣는 저도 같은 눈물이 났습니다. 저 또한 미안해서입니다. 목회자인 저로서야 그렇게라도 애들 데리고 나왔다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이 여집사님이 그렇게 힘든 가운데서도 나왔었다 하니 ‘괜히 내가 특새 만들어 이 가정 힘들게 했나’하는 생각도 들어서입니다. 그래서 미안했고, 그래서 고마웠습니다.
아, 대체 제 마음은 왜 이럴까요? 고마움과 미안함, 이해됨과 섭섭함이 왜 이렇게 한 번에 밀려올까요? 게다가 이 두 마음은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아 더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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