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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有의미’한 ‘無의미’ 조회수 : 1012
  작성자 : 김종훈 작성일 : 2017-09-15



비록 잠깐이긴 했습니다만, 지난주간은 제게 그 무엇보다 ()의미()의미의 가치를 가르쳐준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치 구스타브 카유보트가 그린 창가의 남자같은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정말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을 자유’, 생각의 전원까지 꺼두는 여유’, 그냥 멍하니 내 눈 앞에 흐르는 것들로만 나의 시간을 향유하였습니다.

일본 홋카이도로 떠난 회갑여행 둘째 날, 열여덟 명의 우리 일행은 도야(洞爺)라는 호숫가 어느 호텔에 묵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올라와 각기들 온천욕하는 시간을 주어 제가 먼저 하성철 이주헌 목사님과 온천욕을 하고는 그 다음 제 아내를 내려가도록 했는데, 바로 그 사이 혼자 숙소 창가에 앉아 그 밤의 호수를 바라본 그 시간이 그러하였습니다.

먹구름까지 잔뜩 끼어 호수가 밝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호텔에서 쏘아주는 빛에 의해서만 겨우 보일 듯 말 듯이었지만, 외려 그렇게 희미하게 보이는 수면의 찰랑거림이 더 마음을 평안케 하였습니다. 게다가 호수 가운데 섬의 먼 불빛들까지 더해져 밝지도 적막하지도 않은 적당한 분위기의 밤 호수가 기가 막히게 연출되었습니다. 게다가 마침 아름다운 네온으로 치장한 밤배까지 그 호수를 유람하며 눈앞을 왔다갔다 해주니 그 모든 게 다 저를 위한 연출만 같았습니다. 또 거기다가 밤 845분이 되자, 그 넓은 호수를 무대 삼아 그 많은 호텔의 숙박객을 다 관객삼아 환상적인 불꽃쇼까지 펼쳐주니 실로 금상첨화였습니다.

그러니 그 시간 제가 할 일이란, 그저 눈앞에 흐르는 그 광경들을 아무 생각 없이 아무 할 일 없이 바라보는 것 외에는 없었습니다. 그 한 30분의 시간은 그야말로 생각이 정지된 듯 멍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그 사이 머리가 맑아졌습니다. 하루 종일 무거웠던 머리가 가벼워졌습니다. 게다가 몸까지 노곤해지니 의자에 기댄 채 잠마저 스르르 들어버렸습니다. 그 어느 곳, 그 어느 시간, 그 무엇에라도 자유롭지 못하고 늘 뭔가 해야만 했던 내가 이렇게 그 무엇 하나도 하지 않아도 될 자유와 호사를 누리고 있음이 너무 신기했습니다. 어쩌면 무()의미하게 보일 수 있는 그 시간이, 제겐 그 무엇보다 유()의미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문제는 채우는 것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비움으로도 해결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요즘 어느 현대인들이 바쁘게 살지 않는 이가 있나요? 정말 눈코 뜰 새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때때로 버리지 못한 온갖 생각의 찌꺼기들로 하루 종일 머리는 무겁습니다. 잠을 자도 여전히 비워지지 않은 생각들에 또 다른 생각들까지 더해져 아침을 맞습니다.

오늘은 또 내게 주어진 일을 어떻게 처리하며 살까, 뭘 먹을까, 누굴 만날까, 어디로 갈까, 어떻게 하면 장사를 더 잘되게 하며 돈을 더 잘 벌까, 어떻게 하면 더 빨리 진급하며, 어떻게 하면 더 인정받고, 어떻게 하면 더 성공할 수 있을까?’로만 충만합니다. 또 어떤 이는 어떻게 하면 내가 저 놈을 앞지를 수 있을까? 이길 수 있을까? 원수 갚을 수 있을까로도 가득 차 있습니다. 그래서 머리는 복잡하고, 아프고, 신경질적이 되고, 여유가 없고, 불안하고, 불면증에, 화병에, 우울증까지도 이어집니다. 참으로 불쌍한 현대인들입니다.

그러니 이걸 그냥 두면 안되겠지요. 이해는 됩니다만 보고만 있을 일은 아닙니다. 어떻게든 처리하고 비우는 작업을 하시라 권합니다. 그래야 그 공간에 창의적 생각들도 들어옵니다. 그래야 무엇보다 내가 삽니다. 그래서 떠남도 여행도, 예배도 기도도, 맡김도 내려놓음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오늘 주일이라도 여러분에게 꼭 그런 시간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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