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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사흘 금식 조회수 : 1060
  작성자 : 김종훈 작성일 : 2017-11-17



  오래간만에 사흘 금식을 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수요일 오후 1시부터 금요일 밤 12시까지, 59시간입니다. 더 이상은 주일 사역을 위해 못했습니다. 물론 기도 외 다른 목적도 있긴 했습니다만, 아무튼 금식을 끝낸 지금, 이것도 금식이라고 확실히 몸과 영은 가벼워진 느낌입니다.

  이는 얼마 전부터 벼루어온 일입니다. 하지만 주중에는 심방과 만남이 자꾸 잡혀 안 먹을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고, 그렇다고 주일을 끼자니 많이 먹어도 힘든 5번의 설교를 버틸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마침 지난 수요일 오전, 새가족 심방이 잡혀 너무나 정성스런 음식을 잘 대접받고 커피까지 한 잔 쭉 음미한 후, 바로 그 시간부터 금요일 밤까지 일정을 잡았습니다.

  그러고 나니 예상대로 유혹은 있더군요. 특히 목요일 저녁 복음반 공부 때에는 좋아하는 카스테라가 간식으로 나왔는데, 무지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사택에 들어가니 늦은 밤 귀가한 딸에게 아내가 떡볶이까지 만들어 먹였습니다. 그걸 보고만 있자니 무지 힘들었습니다. 역시 금식은 둘째 날이 제일 힘든 것 같습니다.

  아시는 대로 목요일엔 두 번의 성경공부 인도도 있습니다. 낮에는 순종의 삶, 저녁에는 복음반. 각각 1시간 30분 동안의 강의입니다. 그러니 어찌나 기가 딸리던지, 좀 힘들었습니다. 눈앞에 별은 반짝이고, 입천장은 바짝 타들어 가고, 말에도 힘이 실리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사흘째 금향로기도회 설교가 더 수월했습니다. 뭐든 쉽지 않은 결단에는 쉽지 않은 고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러고 나니 지금은 좋습니다. 채움에 대한 욕구를 절제하니 새로운 채움을 얻습니다. 익숙한 것을 비우니 새로운 것이 채워집니다. 일상을 비우니 특별한 것이 채워집니다. 기도가 채워지고, 좋은 생각들이 채워집니다. 먹는 즐거움이 없으니 다른 즐거움이 생깁니다. 먹는 시간을 줄이니 다른 시간이 늘어납니다. 힘이 없으니 엉뚱한 데 힘쓰지도 않게 됩니다.

  뱃속 하나 비웠을 뿐인데, 분노도 함께 비워지고, 염려도, 분주함도, 생각도 비워지는 느낌입니다. 음식을 내려놓으니 근심도 내려지고, 욕심도 내려집니다. 초기 기독교 교부였던 크리소스톰의 말처럼, 정말 금식은 영혼을 육성시키고,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기질을 온유하게 하고, 마음을 정화시키고, 입에 재갈을 물리고, 올바른 생각을 갖게 하고, 분별력을 높이는 명약인 듯합니다.

  무엇보다 이번 금식은 제게 ‘결단(決斷)’의 교훈을 다시 가르쳐주었습니다. ‘무엇을 결정했다면 무엇을 끊어내야만 한다’는 교훈. 불필요한 것을 얼마나 잘 끊어내느냐가 결단의 가치를 높인다는 것.

  금식을 결정했다면 음식을 끊어야 하듯, 예배를 결정했다면 약속과 피곤함을 끊어야 합니다. 성경공부를 결정했다면 분주함을 끊어야하고, 좋은 대학 진학과 좋은 직장 취직을 결정했다면 나의 모든 즐길 거리들도 끊어야 합니다. 결혼하여 부부가 되기로 결정했다면 부부 관계를 해치는 여러 일들도 끊어야 합니다. 중요한 일을 결정했다면 덜 중요한 일을 끊어야 합니다. 끊지 않고 이룰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비움의 가치 뿐 아니라 끊어냄의 가치는 생각 외로 그 효과가 큽니다. 얻는 것이 많습니다.

  그러니 성도 여러분도 이제 하나둘씩 끊어내는 연습을 해보세요. 나를 산만하게 하는 것부터, 나의 목적과 가치에 도움 되지 않는 것부터, 하나님이 싫어하시는 것부터...

  끊으면 단순해집니다. 끊으면 가벼워집니다. 끊으면 집중력이 생기고, 끊을 때 행복해지고, 끊을 때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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