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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가을과 겨울의 기(氣)싸움 조회수 : 1851
  작성자 : 김종훈 작성일 : 2017-11-24



지난 목요일과 금요일, 우리의 눈()앞에서는 눈()싸움이 치열했다. 소위 가을과 겨울의 기싸움’. 자리를 지키려는 가을과 그 자리를 빼앗으려는 겨울간의 싸움. “이제는 물러가라는 겨울의 외침과 이대로는 물러설 수 없다는 가을의 절규가 바로 그랬다. 그래서 일단 금요일까지 결과는 1:1. 아침엔 버티기가 밀어내기에 당하는가 싶더니, 오후엔 밀어내기가 버티기에 당했다. 

기억하시는 바와 같이 목요일 오전만 해도 안 그랬다. 성경공부를 준비하던 오전 10시경, 갑작스런 함박눈이 창밖에 쏟아지자 뭔 일인가 싶어 연신 카메라부터 눌러대며 여기저기 카톡으로 눈 소식을 알릴 때까지만 해도 정말 이대로 가을은 끝나는 듯 보였다. 첫눈치고는 제법 큰 함박눈이었으니까. 삽시간에 길에도 나뭇가지 위에도 소복이 쌓였으니까.

하지만 그 첫눈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성경공부를 1시간 반가량 끝내고 점심 약속 차 밖을 나왔더니 온데간데없이 그 눈들은 다 사라져있었다. 거짓말 같이. 정말이지 실내에서 뭔가에 몰두하느라 눈 내리는 걸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외려 날 거짓말쟁이로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어디 눈 내린 흔적이라곤 단 한군데도 없었으니까. 나 역시 꿈이었나 싶었으니까.

알고 보니 이는 그사이 순식간에 강력해진 햇볕 때문이었다. 그것이 한방에 눈의 자취조차 감추게 만들었다. 그날 아침만큼은 눈을 내리게 하고 쌓이게 하는 힘이 녹게 하는 힘을 이기지 못했다.

하지만 밤엔 달랐다. 그 눈들이 햇볕 사라진 틈을 타 다시금 야간 기습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10시경이었을까? 어찌나 퍼부어대던지, 내가 봐도 이번엔 감당 안 될 듯 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금요일 아침은 순식간에 겨울이 가을을 덮어버렸다. 늦가을 햇볕도 이제는 포기한 듯 자취를 감추었다. 그 위세를 몰아 겨울은 눈 총알을 이 땅을 향해 오전 내내 퍼부었다.

이를 보며 목요일 금요일 여러 생각들이 스쳤다. 먼저, 퍼붓는 눈도 한방에 녹이는 따스한 햇볕 같은 사람들이 이 시대에도 필요하겠다는 생각. 지혜로 어리석음을 녹이고, 사랑으로 미움을 녹이고, 용서로 반목을 녹이고, 사과로 갈등을 녹이고, 진심으로 거짓을 녹이고, 기도로 근심을 녹이고, 위로로 아픔을 녹이고, 축복으로 저주를 녹이고, 대화로 오해를 녹이고, 감사로 불평을 녹이고...

둘째, 시간의 흐름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 영원히 붙잡을 수 있는 건 없다는 생각. 그렇다. 겨울이 오면 가을은 가야 한다. 계절의 흐름을 막을 순 없다. 시간의 흐름도 막을 순 없다. 해가 뜨면 밤은 물러가야 한다. 마땅한 인생의 흐름, 찾아오는 늙음도 아픔도 받아들여야 한다. 하늘이 주시는 건 누구도 피할 수 없다.

셋째, 덮으면 다 아름다워 보인다는 생각. 하얀 눈이 온 천지를 덮어 부족한 것 다 감추니 정말이지 집도 차도 나무도 길도 사람도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더라. 길 걷는 아낙네도, 가방 둘러 멘 학생도, 종종 걸음 아이도, 두 손 꼭 잡은 연인도, 코트 입은 아저씨도, 우산 든 할머니도, 흰머리 위에 또 하얀 눈 얹으신 할아버지도 정말이지 다 아름답고 근사하더라.

넷째, 자꾸만 내리면 결국은 쌓인다는 생각. 없어지기 전에 또 내리고 또 내리면 마땅히 눈은 쌓이는 법. 결국 은혜도 그러지 않을까? 그래 맞다. 은혜도 녹기 전에 쌓아야 한다. 살다보면 이런 저런 일로 받은 은혜 망각할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지저분한 세상 것들 쌓이기 전에 그 때마다 다시 하나님 앞에 나와 하늘의 은혜 쌓아야 한다. 성도는 더욱 그래야 한다.

오늘 그 하늘의 은혜가 다시 내린다. 추운 겨울일수록 눈 같은 하늘의 은혜는 더 많이 내린다. 그러니 세상살이 너무 춥다 불평 말고 그럴수록 하늘의 은혜를 더 쌓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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