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씻으심 덮으심 녹이심 | 조회수 : 1086 |
작성자 : 김종훈 | 작성일 : 2017-12-22 |
비가 내린다. 겨울비가 하늘에서 내린다. 하지만 반갑지만은 않은 겨울비. 그 비 까닭에 이 12월의 겨울은 더 쓸쓸하고 춥고 을씨년스럽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이 비도 하늘에서는 한때 아름다운 눈꽃이었으리라. 자신을 반가워해 줄 땅의 사람들 생각하며 한껏 기대에도 부풀었으리라. 허나 갑작스런 하늘의 새로운 명 앞에 그 심장 다시 녹여 눈물이 되어 내렸다.
그렇다면 대체 그 하늘의 명은 뭘까? 아마도 이 땅에는 아름다운 눈보다 모든 먼지와 지저분함을 씻어내는 비가 더 필요할 거라는 주문이었을 터. 그래서 내렸을 터. 그러니 그 이유도 모르고 무슨 이 추운 겨울에 비까지 내리느냐며 타박할 일은 아니다. 때 아닌 겨울비에도 다 이유가 있고 우리가 모르는 은총이 있으니. 그러니 이 겨울비도 고마워하자.
눈이 내린다. 하늘에서 다시 함박눈이 내린다. 그것도 잠든 사이에 소복이 내려 쌓였다. 역시 눈 손님보다 더 반가운 아침 손님은 없다. 창을 내려보니 벌써 아장아장 걷는 꼬마가 귀엽고, 조심조심 걷는 어르신이 귀엽다. 뛰어다니는 강아지가 귀엽고, 여기저기 사진 찍어대는 여인들이 예쁘다.
그렇게 눈은 또 온 세상을 덮었다. 길도 지붕도 나무도 차량도. 그렇게 새하얀 하늘 물감 칠하고 나니 아름답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고 더러운 것이 하나도 없다. 뒷동산만 바라보아도 알프스가 부럽잖다. 내 집 앞이 다 축제의 현장이니, 삿포로 눈 축제 또한 부럽잖다.
그래서 참 고맙다. 우리나라에 겨울이 있어 고맙고, 눈을 볼 수 있어 고맙다. 문득 평창올림픽을 위한 기도까지 절로 나온다. 뉴스를 보니 올림픽을 위해 필요한 눈을 만들려면 무려 300억이나 든단다. 참 어마어마하다. 그러니 그 아까운 돈 절약을 위해서라도 올 겨울 필요한 눈이 필요한 만큼 필요할 때 필요한 곳에 내려주었으면 좋겠다.
빛이 내린다. 겨울에도 여전히 햇빛은 내린다. 그 빛은 밝아 어둠을 몰아내고, 그 볕은 따사로워 추위를 거둔다. 그 햇살 또한 눈부셔 눈 위를 구른다.
정오가 되니 그 볕은 눈도 녹인다. 아침까지만 해도 대단했던 함박눈의 기세가 곧 흐물흐물해지더니 그 볕 앞에 자취를 감춘다. 그렇게 그 볕은 눈도 녹이고, 몸도 녹이고, 마음도 녹인다. 그렇게 겨울비는 씻어내고, 함박눈은 덮고, 햇볕은 녹인다.
이제 성탄. 2000여년전 하늘에서도 비가 내렸다. 메마르고 척박한 이 땅위에 은혜의 비가 내렸다. 죄 많고 허물 많은 이 땅을 그 비로 씻었다. 사람들의 죄를 씻었다. 그 씻음 받은 은혜가 오늘도 우리의 입술을 열어 찬양케 한다.
하늘에서 눈이 내렸다. 사랑의 눈이 내렸다. 더럽고 추악한 이 땅의 영혼들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덮었다. 예수님의 보혈로 가리어주셨다. 그래서 우린 복을 받았다. “불법이 사함을 받고 죄가 가리어짐을 받은 사람들은 복이 있고 주께서 그 죄를 인정하지 아니하실 사람은 복이 있도다”(롬 4:7-8) 그 덮어주심 까닭에 오늘도 난 이렇게 당당하다.
하늘에서 빛이 내렸다. 참 빛이 이 어둠의 골짜기들에 비취었다. 사람들은 그 빛을 알지 못해 거부하고 죽였지만 그 빛의 볕은 여전히 따사롭고 그 햇살은 여전히 푸근하여 오늘도 수많은 이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고 있다.
이것이 성탄이다. 씻고 덮고 녹이기 위하여 하늘에서 선물이 내린 날이다. 그러니 우리도 씻자. 죄를 씻고 저주를 씻자. 덮자. 상처를 덮고 잘못을 덮자. 녹이자. 미움을 녹이고 아픔을 녹이자. 그래서 이 하늘의 종합선물세트를 예수님으로 내려주신 하나님 은혜와 사랑을 다시 회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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