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늦은 후회 | 조회수 : 1084 |
작성자 : 김종훈 | 작성일 : 2017-12-29 |
한 해를 마감하거나, 인생을 정리하는 등 어떤 일을 매듭지어야할 때가 되면 사람은 누구나 지난날을 다시 되돌아보는 눈이 뜨입니다. 또 어떤 큰 질병이나 큰 사고나 사건을 경험했을 때에도 그 원인을 겸손히 찾습니다. 그 때 가장 많이 일어나는 마음의 역동이 ‘후회’(後悔)입니다. 예컨대 “만약 ~ 하지만 않았어도”, “만약 ~ 만 했더라면” 이런 식입니다.
이번 제천 화재 참사 만해도 그러합니다. 29명의 아까운 목숨을 순식간에 잃은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당한 것 역시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실로 안타까운 후회들만 여기저기 넘쳐나고 있습니다.
최초 발화점 1층 주차장 천장 얼음제거작업을 자격 없는 업자가 하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그 작업자가 열선만 건드리지 않았어도 불은 안났을 텐데... 설혹 불꽃이 튀어 불이 붙었다 하더라도 현장 작업자가 초동조치만 잘했어도 참사는 막았을 텐데... 정말이지 건물 내 화물용승강기가 불쏘시개 역할을 못하도록 다른 재질로만 되어 있었어도... 전기배선전용실(EPS)에 방화벽만 설치되어 있었어도... 연기와 유독가스를 배출하는 배연창만 제대로 작동했었어도... 옥상에 불법증축물만 없었어도.... 여탕직원 3명중 2명이 최근 해고되지만 않았어도 대피유도를 잘 했을 텐데... 오랫동안 근무했던 매점 아주머니 한분이라도 최근 그만 두지 않았어도 그랬을 텐데... 지상2층으로 빨리 올라가라는 상황실의 무전을 현장구조대원들이 들을 수만 있었어도... 구조대원들의 휴대용무전기가 먹통만 되지 않았어도.. 그래서 소방대원이 제일 먼저 2층 여탕 유리창이라도 깨고 어떻게든 진입할 수만 있었어도... 굴절소방차가 속히 현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8미터 도로가 제대로 확보만 되었어도... 소방차의 진입을 더디게 만든 불법주차 차량만 주변에 없었어도... 2층 여탕사우나의 출입문 버튼이 제대로 작동되기만 했어도... 여탕에서 내려오는 비상구 계단에 철제선반만 없었어도... 거기다 목욕용품 보관한다고 비상구를 막지만 않았어도... 어디가 비상구인지를 알리는 비상등만 제대로 켜져 있었어도... 건물 여기저기 설치된 스프링클러만 제대로 작동했어도 괜찮았을 텐데... 이런 식의 때늦은 후회들입니다.
오죽하면 송아무개 씨. 다른 때와는 다르게 그날 오후 그 시간에 목욕을 갈 게 아니라 늘 하던 대로 오전에만 목욕을 갔었어도 이런 참사는 안 당했을 거라는 안타까움까지 있었겠습니까? 그야말로 아무 소용없는 후회들뿐, 돌이킬 수 없는 후회들 뿐,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말아야 한다는 막연한 바람과 곧 또 잊혀질 게 뻔한 사후약방문들 뿐입니다.
그렇다면 저와 여러분의 지난 1년은 어떠셨나요? 후회는 없으신지요? 인생과 가정과 직장과 사업과 관계와 신앙생활에 실패와 고난이 많으셨다면 거기엔 후회가 없으신지요?
내가 과한 욕심만 부리지 않았어도... 그때 내가 잘 선택만 했어도... 그때 내가 거기 가지만 않았어도... 유혹을 단번에 뿌리치기만 했어도... 자존심만 내세우지 않았어도... ‘욱’하지만 않았어도... 조금만 참았어도... 그 말만 안했어도... 잘못했다고 용서만 구했어도... 안한다고 버티지만 않았어도... 그때 초기 검진만 제대로 했어도... 분별력만 있었어도... 좀 더 노력만 했어도... 좀 더 공부만 했어도... 내 연민에 사로잡혀 있지만 않았어도... 조금만 더 주변을 살폈어도... 조금만 더 그 마음 알아드렸어도... 예배 자리 잘 지키기만 했어도... 차라리 기도로 하나님께만 나아갔어도... 제대로 순종만 했어도...
되돌릴 수 없는 시간 앞에 이런 후회만 막심한 연약한 인간. 결국 이 모든 건 하나님 앞에 내가 다시 진심으로 설 때만이 그 상처 치유하고 다시 그 불행 반복하지 않게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오늘밤 송구영신예배는 더더욱 중요할 것입니다.
이전글 : 씻으심 덮으심 녹이심 | |
다음글 : 마지막 시대 사탄의 전략(1) | |
이전글 다음글 | 목록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