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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나무가 존경스럽다 조회수 : 894
  작성자 : 김종훈 작성일 : 2018-02-27



지난 화요일 국군교도소 위문차 이천을 다녀왔다. 그 가운데 창밖으로 그 매서운 날씨에도 국도 변 비탈진 곳에서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나무들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언제나 그 자리, 정말 나무는 불평이 없다. 그 어디에서든 산소를 만들어내고, 열매를 맺고, 아름다운 산야를 만드는 사명을 무던히도 잘 감당한다. 비탈진 곳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늘진 곳도 원망하지 않는다. 그저 조물주가 두신 그 자리를 일평생 지킨다.

도로변 가로수들도 그러하다. 오가는 차량들의 메케한 연기를 다 들여 마신다. 그 모든 차량 소음을 다 듣는다. 그런데도 자리 바꿔달라는 법이 없다. 그냥 그들의 사명인 듯 여긴다.

그렇다고 단 한 번 눕기를 하나, 언제나 서 있을 뿐. 아프단 소리를 하나, 그저 그 모진 바람 다 맞으며 버틸 때까지 버틴다. 사람이라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

특히 그들은 옆에 마음에 안 드는 나무가 있어도 밀어내지 않는다. 파트너를 바꿔달라지 않는다. 그냥 운명이려니 하고 어떻게든 벗 삼는다. 서로 의지하며, 땅의 자양분도 함께 나눠 먹는다.

물론 이 겨울엔 옷도 다 벗겨져 있다. 더 껴입어야 하는 계절인데, 오히려 벌거벗었다. 계절의 순환을 온 몸으로 받아들인다. 자신의 적나라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다 보인다. 하지만 그 죽을 것 같은 고통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진 않는다. 봄이 되면 다시 생명의 움이 돋고, 꽃을 피운다.

그런 걸 보면 사람은 참 틀려먹었다. 편평한 곳에 있어도 마음이 삐딱하다. 비탈진 곳은 당연히 거부한다. 마음에 안 들면 참지를 못하고, 창피한 건 견디질 못하며, 서로 밀어내지 못해 안달이다. , 부끄럽다. 왜 사람은 이 겨울나무보다도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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