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미얀마(MYANMAR) | 조회수 : 1141 |
작성자 : 김종훈 | 작성일 : 2018-02-27 |
미얀마는 아시아 서남부에 위치한 불교의 나라. 긴 해안선은 인도양을 접했고, 육지로는 방글라데시, 인도, 중국, 라오스, 태국과도 국경을 접한 나라. 135개 다민족에 200개 가까운 언어까지 한 나라에 공존하는 복잡한 나라. 게다가 1인당 국민소득은 전 세계 216개국 중 178위밖에 안 되는 못사는 나라. 이런 정도가 그동안 가졌던 미얀마에 대한 상식이다.
그런데 실제로 며칠 더 깊이 들여다 본 미얀마는 더 많은 걸 알게 하였다. 도착하자마자 느낀 건 날씨의 차이. 우기철도 아닌 1년중 가장 시원하고 좋은 건기라는데도 낮 기온은 무려 38도를 가리킨다. 한국은 영하 8도라는데... 확실히 별천지에 내린 기분이다.
다음날 아침 시내버스를 타려고 숙소를 나섰는데, 양곤 시내를 돌아다니는 시내버스의 절반 가까이가 한국의 중고 시내버스를 수입해 사용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 버스들에 쓰여진 노선도도 지우지 않고 그대로 쓰는 바람에 어느 버스 정류장이든 기다리고만 있으면 한 자리에서 광주 송정역도, 인천 주안역도, 서울 강남역도, 부산 서면역도 가는 버스들을 다 만나게 된다. 낯선 나라에서 만나는 익숙한 반가움이 너무 재밌었다.
그렇게 버스를 올라보니 물론 복잡도 했지만 왠지모를 그 서민들의 애환도 얼굴에서 비쳤다. 어떤 버스에는 '안내군'도 있더라. '안내양'이 아닌... 만원버스에 매달려 하루 종일 손님들의 승하차를 목 터져라 돕는다. 마음이 짠했다. 한번은 시내 순환 기차도 탔는데 버스보다 더 요금이 싸서인지 거기는 더 가난해 보였다. 그런데도 두 청년은 귤바구니에 저울까지 들고 기차 안을 오가며 장사를 한다. 너무나 대견해보여 맛도 없는 그 귤을 몇뭉치 사주고야 말았다.
좀 더 들여다보니 미얀마 사람들은 다들 잘생겼고 예뻤다. '미얀마'라는 나라 이름도 강하고(미얀) 빠르다(마)는 뜻이란다. 남자들도 절반은 치마를 입고 다니는데, 그게 더 자유롭고 실용적이고 편리해서란다. 이 나라는 동전이 없다. 작은 단위까지 다 지폐다. 잘 쓰지도 않는 동전 만드는데 많은 돈 들일 필요가 없어서란다. 정말 좋은 생각이다. 또 이들은 사원을 즐겨 찾는다. 동네마다 멋드러진 불교사원이 있다. 거기서 불공도 드리고 데이트도 하고 소풍도 즐긴다. 승려에 대한 존경심도 커서 복잡한 버스에도 승려가 타면 자리를 양보한다. 시주를 받기위해 가게를 들어가면 아직도 많은 이들이 예를 표하며 돈을 건넨다.
그렇게 미얀마는 지킬 건 지키고, 버릴 건 버리고, 받아드릴 건 받아들이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여전히 우리의 1960년대 수준이 기본이지만 최첨단 21세기도 공존하고 있었다. 이들은 유선전화 시대 없이 바로 무선전화, 스마트폰 시대를 산다. 시골 아이들까지 스마트폰 게임을 즐긴다.
물론 그래서 더 이상하기도 하다. 그래도 그들은 못산다. 택시 타고 만난 기사 한 분이 유난히 반가워하시기에 물었더니 자기가 한국에서 6년을 대구성서공단에서 일하여 번 돈으로 1200만원짜리 택시를 샀단다. 안 그러면 택시 살 엄두를 못 낸단다. 그래서 한국이 고맙고, 그런 사람들이 자기 말고도 많단다. 그만큼 힘들단 얘기.
게다가 그들은 쓰레기를 함부로 버린다. 자기 눈에만 안보이면 치워진 거라 여긴다. 그래서 길마다 다 쓰레기다 사람들은 아무데서나 길을 건넌다. 차들도 아무데서나 돌린다. 횡단보도도 안보여 차와 사람들이 어디나 뒤엉켜있다. 정말 위험천만하다. 게다가 차량과 오토바이의 경적소리는 얼마나 시끄러운지 정신이 없다. 매연도 너무 심각한데 마스크한 사람 하나 없고, 그 길에 앉아 음식까지 잘도 먹는다. 그걸 문제라고 생각도 않으니 개선하지도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남은 마음, 일단 정치인들이 더 잘해야 할 것 같다. 그들은 여러 나라 보는 게 많고 힘도 있으니 국민 위하는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물론 종교지도자들에게도 몫은 있다. 교리와 전통에 의한 존경이 아닌, 본이 되는 삶과 바른 가르침으로 영향을 주려는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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