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봄볕 봄비 봄눈 봄바람 | 조회수 : 1024 |
작성자 : 김종훈 | 작성일 : 2018-03-10 |
여러분도 느끼셨듯이 지난 한 주는 2월과 3월의 다름이 그저 숫자만의 차이만이 아님을 제대로 실감케 한 주간이었습니다. 월요일 아침, 주일 사역으로 곤한 몸을 겨우 깨워 거실로 나와 베란다를 통해 저 멀리 바라본 마등산 자락 선명한 곡선은 전에도 보지 못했고 후에도 보지 못할 만큼 투명했으니까요. 정말이지 정신이 번쩍 들 정도의 그 상쾌함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저의 바닥난 에너지를 재충전시키기에 충분하였습니다.
화요일도 그랬습니다. 궐동 순종의삶 공부를 끝내고 교회 가까운 곳에서 식사를 하려고 걷는데 그 봄볕의 따사로움과 봄바람의 선선함이 어찌나 기분 좋게 몸을 휘감던지, 무슨 강원도 산골에 온 것도 아닌데, 그 코끝에 무엇 하나 걸리는 것 없는 그 상쾌한 공기로 숨을 쉬노라니 수명이 10년은 더 연장된 기분이었습니다.
목요일도 그랬습니다. 아침 일찍 세교 순종의삶 공부를 인도하려고 나선 걸음에는 촉촉한 봄비도 내렸습니다. 마치 그 모습은 메마른 대지와 나무들을 위해 하나님께서 거대한 물뿌리개를 손수 드시고 여기저기 고루 뿌려주시는 듯하였습니다. 어느 새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움켜쥘수록 허물어져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물끼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푸석한 심령들마다 힘찬 돋움의 능력을 베푸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찬송도 절로 났습니다. “반가운 빗소리 들려 산천이 춤을 추네 봄비로 내리는 성령 내게도 주옵소서 가물어 메마른 땅에 단비를 내리시듯 성령의 단비를 부어 새 생명 주옵소서” 그렇게 우리 성도들에게도 내려주시기를 구했습니다.
목요일 오후에는 급히 부산에를 다녀왔는데요. 고속열차에 몸을 싣고 한 시간 여쯤 지났을까? 그새 잠이 들었다가 대구쯤 다다랐는데 깜짝 놀랄 광경이 창밖에 펼쳐졌습니다. 갑자기 하얀 겨울왕국이 눈에 들어온 것입니다. 그 광경은 울산을 지날 때까지도 이어졌습니다. 대체 뭔 일인가? 이 3월에? 그것도 더울 땐 아프리카보다 더 덥다는 대프리카 대구에?
나중에 알고 보니 그날 대구에 내린 눈은 3월의 눈으로는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세 번째로 많은 양이라 했습니다. 무려 7.5cm나 왔답니다. 그래서 대구는 하루 종일 난리였답니다. 항공기는 결항되고, 시장 가림막은 내려앉고, 도시철도 운행도 중단되고, 산골 마을 도로도 폐쇄되고, 학교도 휴업하고...
하지만 알게 뭡니까? 대구 시민들에게야 죄송하지만, 저야 때 아닌 눈 선물 감상한 것으로 너무 행복했습니다. 정말이지 눈 한번 덮이니 모든 게 다 아름다웠습니다. 산과 들 모두가 알프스였고, 하얀 지붕으로 갈아입은 시골 마을은 모두가 동화마을이었습니다. 아마도 생각지도 않았던 대구에서, 그것도 3월에, 그것도 달리는 기차의 창밖으로 본 것이라 더 감동이 컸나봅니다.
그래서인지 뭔가 기분 좋은 조짐이 뇌리를 스쳤습니다. '어쩌면 하나님께서 이 봄에 이런 생각지도 않은 은혜들을 주실 수도 있겠다.' 왜냐?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가 전혀 예상치도 못했을 때 큰 선물 보따리를 잘도 안겨주시는 분이시니까요.
그러니 여러분도 기대해보시기 바랍니다. 실망이나 낙담, 포기와 좌절은 거두시고, 아무리 상황이 나쁘고 내 감정 또한 그럴지라도 하나님은 살아계시고 지금도 여러분을 꼼꼼이 살피시니 결국은 잘 되시지 않겠습니까? 최선의 길로 잘 인도해주실 것입니다. 베드로가 밤이 새도록 수고하였으나 빈 그물로만 돌아온 것은 그가 물고기를 잡지 못한 것일 뿐 물고기가 그 바다에 없었던 건 아니었으니, 다시 이 봄에 움츠렸던 신앙의 기지개를 켜고 실패의 자리에서라도 다시 순종한다면 만선의 기쁨 다시 누리시리라 믿습니다. 꼭 그렇게 되시기를 기도하며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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