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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첫 마음 조회수 : 1101
  작성자 : 김종훈 작성일 : 2018-03-16



지난주일 한 안수집사님께서 난생 처음 낮 예배에 대표기도를 하면서 인생 최고의 긴장과 떨림으로 일을 치루셨다(?)는 얘기를 들으며 새삼 제게도 깨달음이 깊었습니다. 물론 저 역시도 매주 서는 강단은 두렵고 떨리는 자리이지만 그래도 그만큼까지는 아닌데, 그분에게는 대표기도자로 결정된 두 달 전부터 벌써 가슴이 조여 왔고, 주보에 이름이 나온 두 주전부터 잠 못 이루는 밤의 시간들을 보내셨다니 참 그 순전함이 고맙고 그 마음이 갸륵하시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만큼 되기까지 앉아도 그 생각, 걸어도 그 생각, 누워도 그 생각, 일을 해도 온통 그 생각뿐이셨을 거란 생각에 괜히 죄송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실제 그 기도도 더 은혜로울 수 있었나 봅니다.

순간 33년전 제가 처음으로 강단에 서서 설교했던 생각도 났습니다. 경남 김해에서 목회하셨던 큰 외삼촌 교회 주일저녁예배였는데 신학생이라고 일부러 기회를 주신 자리였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외할머니, 외삼촌, 숙모님들과 동생들까지 다 앉아계신 자리였습니다. 그렇게 설교 부탁을 받고는, 정말 인터넷도 설교집도 주석책도 아무것도 없었던 그 시절에 오로지 말씀 하나만을 붙들고 묵상 또 묵상을 거듭하며 다듬고 또 다듬으며 식음을 전폐하고 준비하여 올랐던 때의 그 떨림.

제 스스로도 그 떨림이 귀하게 느껴져 그 후로 다짐했던 정채봉 씨의 첫 마음’. “1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을 맞던 날의 떨림으로 계속된다면, 첫 출근하는 날 신발 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 일을 한다면, 여행을 떠나던 날 차표를 끊던 가슴 뜀이 식지 않는다면, 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 상쾌한 공기 속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 개업 날의 첫 마음으로 손님을 언제고 돈이 적으나 밤이 늦으나 기쁨으로 맞는다면, 세례를 받던 날의 빈 마음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교회에 다닌다면, 나는 너 너는 나라며 화해하던 그날의 일치가 가시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그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하지만 어느 새 나도 모르게 그 첫 마음에서 너무 멀리와 버린 제 모습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목요일 저녁에는 어느 가정 심방도 있었는데요. 그 역시 그랬습니다. 그 가정도 난생 처음 목회자에게 식사를 대접하며 심방 받는 거랍니다. 그래서 이날을 준비하기까지 앉으나 서나 어떻게 준비해야 하며 뭘 대접해야 하는지를 많이 고민하셨답니다. 그래서인지 그 흔적들은 도처에서 느껴졌습니다. 딱 들어서는데 맞이해주시는 표정부터가 달랐습니다. 집안 청소는 물론, 정성스레 준비된 식사며, 빼곡한 기도제목들과 교회에 대한 감사와 자신의 비전들까지 함께 나눠주심을 보고는 정말 나 말고 주님이 직접 와주셨어도 좋았겠다 싶었습니다.

이렇게 지난 주간은 저희 성도들이 오히려 목회자인 저에게 설렘과 떨림과 두려움의 마음을 회복시켜주심에 감사할 뿐입니다. 어떤 영혼 누구라도, 어떤 만남 한 번이라도, 어떤 심방 한 번이라도, 어떤 기도 어떤 찬양 어떤 설교 한마디라도 다시 그들처럼 해야겠단 생각을 주심에 감사할 뿐입니다. 정말 우리의 삶에 간절함과 순전함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요? 대체 무엇이 하나님 받으실만 할까요?

지난 수요일 세교성전 예배를 참여하면서 처음 사랑을 잃어버린 에베소교회도 보였습니다. 어느새 희미해진 처음 사랑, 처음 만남, 처음 예배, 처음 찬양, 처음 기도, 처음 열정, 처음 감격, 처음 소명, 처음 다짐들... 그래서 오늘 다시 그 마음 주시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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