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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뜻대로는 안되었지만 더 잘된 일들 조회수 : 1141
  작성자 : 김종훈 작성일 : 2018-03-23



고난주간 특별새벽기도회 말씀 준비로 복음서를 읽다가 문득 막 14:36 예수님의 겟세마네 기도에 마음이 머물렀습니다. “이르시되 아빠 아버지여 아버지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오니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그러니 예수님 마음은 얼마나 슬프셨을까요? 얼마나 외로우셨을까요? 원수들의 조롱과 채찍이야 어찌어찌 견딜만하셨다 하더라도 아빠 아버지의 냉정한 외면을 감당하시기에는 정말 고통스러우셨을 것입니다. 그 아버지가 보내서 이 땅에도 왔는데, 그 아버지가 시켜서 사람도 되었는데, 그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만 33년을 살아왔는데, 결국엔 그 끝이 십자가 극형이라니 해도해도 너무한 아버지의 버리심에 얼마나 섭섭함이 크셨을까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기뻐하는 자라 말씀하실 땐 언제고, 막상 그 아들의 마지막 눈물의 기도는 외면해버린 비정한 아버지. 그러고서도 대체 뭘 사랑하고 뭘 기뻐하신다는 건지. 모든 걸 다 당신 뜻대로만 하시려할 뿐 아들의 원()대로는 그조차 안해주시려는 아버지. 그럴 거면 하나님 당신이 다 하시지 왜 아들한테 그런 고생은 시키셨는지. 아무리 예수님이라 해도 아들로서 느끼는 허탈과 상처는 너무나 깊으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궁금한 것. 대체 예수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 자신의 원함을 금방 내려놓으실 수 있었을까? 자기 뜻대로 안된 일을 어찌 그리도 잘 참으셨을까?

생각해보니 그건 바로 예수님에게는 그 앞의 더 좋은 결과를 바라보는 눈이 있으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기 뜻보다 아버지 뜻대로 되는 게 더 나을 거라는 믿음. 그래야 인류 구원의 대역사도 이루어진다는 믿음. 소위 그 앞을 보는 믿음.

새삼 깨달음이 컸습니다. 죄송하기도 했습니다. ? 제게는 그런 눈이 없으니까요. 그 앞도 모르고, 내 뜻대로 안 되면 무조건 화부터 나니까요. 특히 오랫동안 기도하고 준비한 일일수록 좌절되면 더 견디기 어려우니까요.

그러니 이를 어찌하면 좋을까요? 예수님처럼 그 다음을 바라보는 눈이 저에겐 없으니 어쩌면 좋을까요? 난데없는 이 물음에 한참을 생각하다가 문득 저의 지난날이 떠올랐습니다. 과거엔 거절당해 아팠던 경험이 현재는 어떻게 되었는지... 그걸 알면 현재의 거절이 미래에 어떻게 될지도 가름해볼 수 있을 테니까요.

실제 몇 장면이 스쳤습니다. 어릴 적 절대로 안된다고 울고불고 했건만 결국엔 아버지의 일로 가족이 2년간이나 떨어져 살았던 것,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건만 내가 원하는 사범대학엔 낙방하고 결국 신학대학에 들어간 것, 또 군종장교 훈련 열심히 받고 해군으로는 배치되지 않기를 바랐지만 결국 해군으로 간 것, 갑자기 몸에 이상이 생겨 절대로 수술은 안하길 바랐지만 결국 하게 된 것, 군목 사역 역시 더 오래 못하고 이쪽으로 오게 된 것, 오산교회에 와서 정말 억울한 일 많이 당한 것 등등... 그래서 원망도 했던 일들. ‘왜 내 뜻대로는 안해주시느냐고? 그게 나쁜 뜻이냐고?’ 했던 일들.

하지만 그런 떼씀이 지금은 다 부끄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내 뜻대로 안된 그 모든 꺾임이 결국은 다 잘된 일이 되었으니까요. 하나님이 날 낮추셔서 사람 만드시고 목회자 만드시려는 큰 뜻이 그 속에 숨어있었음을 살면 살수록 깨닫고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그래서 혹 제 뜻대로 안되는 일 있어도 그렇게 여기고 하나님의 더 높고 깊고 넓고 크신 계획을 바라보려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그리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지금만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 하나님이 하실 더 큰 일을 기대하고 주어진 오늘을 더 열심히 사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반드시 언젠가는 부활의 영광이 여러분의 미래를 더욱 찬란하게 하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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