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뭘까? Eliot의 작품 ‘황무지’(Waste Land)에서 표현한 ‘잔인한 4월’에 담긴 진정한 의미는? 정말 이런 저런 좋지 않은 소식들이 그의 경험상 4월에 유독 많았던 터일까? 그래서 4월만 되면 그 막연한 불안이 다시 돋아난 것일까? 정말 그렇다면 이 4월은 괜히 주는 거 없이 기분 나쁜 달일 것이다.

하지만 그가 말한 ‘잔인한 4월’의 진정한 의미는 그게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 역설(逆說)이다. 정확히 말해 4월의 생명력이 그만큼 잔인할 정도로 강력해서이다. 실패와 절망과 죽음의 그림자는 그 어디에도 없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이는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고 삶의 의미마저 잃어버린 ‘삶속의 죽음’(Death in life)을 벗고, 동토를 뚫는 대지의 생명력을 본받아 다시 일어나고, 다시 기운내고, 다시 희망을 만들어가자”는 희망의 외침이다.

그래서 Eliot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황폐해 질대로 황폐해진 런던의 시민들이 더 이상 재기를 꿈꾸지 못하고, 꿈틀거릴 엄두조차 못 내고, 마치 죽은 시체처럼 되어버림을 안타까워하며 이 작품을 통해 강력히 도전하려 했던 것이다.

그렇다. 육체적으로 숨을 쉰다고 진정 살아있는 사람이라 말하긴 어렵다. 여전히 죽음의 기운에 정신적으로 지배당하고 있다면 그는 ‘삶속의 죽음’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상태에 너무 오래 머물면 사람이 어찌 될까? 어느 새 그 분위기에 적응해버린다. 그래서 그 어떤 가치있는 변화도 두려워한다. 현실이 싫으면서도 자꾸 눌러 앉아 있으려 한다. 겨울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확’깨는 각성의 순간은 맞이하기 싫어한다. 힘들어 하면서도 결국 그 안일함에 익숙해져버린 인간의 이중성에 갇힌다. 그러니 그들에게 있어 이 4월의 생명력은 잔인한 것일 수도 있을 게다. 도도한 자연의 흐름을 애써 거부하려니...

하지만 분명히 기억하자! ‘잔인한 4월’의 진정한 의미는 생명 탄생의 신비와 환희와 축복을 4월만 유독 독차지한다고 다른 달들이 이 4월을 샘내어 붙인 말이라는 것을. 그만큼 우리는 지금 부러운 4월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과거의 실패에 발목 잡혀 그냥 엎드려만 있기엔 너무나 아까운 4월이다.

그러니 다시 일어나자. 그래도 일어날 힘이 없는가? 좋다. 그럼 굳이 힘쓰려하지 말아라. 일어나려 애쓰지도 말아라. 그냥 이 4월의 기운에 맡기기만 하여라. 도처에 펼쳐진 대지의 환한 미소들을 눈에 한번 진지하게 넣어보기만이라도 하여라. 제발 그렇게 만이라도 하여라. 그러면 무엇보다 강한 그들의 생명력이 어느 새 당신을 붙잡아 소생케 할 줄 믿는다.

마침 이 4월엔 부활절도 있었다. 부활절은 죽음의 권세를 물리치시고 다시 사신 예수그리스도가 우리의 희망이 되신 절기다. 그 부활의 주님이 그 누구도 살리신다. 우리 성도들도 살린다. 그러니 실패에 눌려 죽은 듯 앉아있는 모습은 절대로 어울리지 않는다.

‘봄’이다. 사방에 얼마나 ‘볼 것’이 많으면 계절의 이름까지 ‘봄’일까? 정말 이 ‘봄’은 다시 소생하는 만물들을 실컷 ‘보라’고 하나님이 주신 계절이다.

또 ‘Spring’이다. 가만히 있지만 말고, 움크리고만 있지 말고 스프링처럼 맘껏 ‘솟아오르고 튀어 오르라’고 주신 계절이다.

또 ‘April’이다. 이 말은 라틴어 ‘aperire’에서 나온 말로서 ‘open’이란 의미를 가졌다. 만물이 발육의 문을 활짝 열듯 그대의 마음도 활짝 제쳐 열라고 주신 계절이다.

그러니 이 기막힌 4월에 눈을 들어 맘껏 보자! 다시 발바닥에 힘주고 튀어 오르자! 가슴을 활짝 펴고 마음도 열자! 그래서 이 4월을 나를 위한 계절로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