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더위’가 심할수록 ‘더 위’를 생각하자 | 조회수 : 972 |
작성자 : 김종훈 | 작성일 : 2018-08-03 |
요즘은 누굴 만나도 똑같은 인사. “더위에 어떻게 지내십니까?” 요즘은 뭘 먹어도 메뉴가 비슷. 냉면, 막국수, 냉콩국수. 밥은 아예 찾지를 않는다. 요즘은 어느 밤도 깨지 않는 밤이 없다. 모기 때문이 아니라 더위 때문. 선풍기 또한 밤새 쉴 틈을 못준다. 선풍기한텐 미안하지만 내가 살고 봐야 하니 어쩔 수 없다. 요즘은 하루 두 번의 샤워로도 부족하다. 그조차도 그 때뿐이다.
길거리에 나가보니 지나는 사람들도 없다. 몇몇 다니는 이들은 저마다 손에 다 냉커피를 들었고, 부인네들은 다 양산을 들었다. 어르신들과 아이들은 아예 보이질 않는다. 집 앞 공원에 그렇게 많던 운동객들도 아침이고 밤이고 완전히 다 사라졌다. 그래서인지 손님들 발길 끊긴 전통시장 상인들과 건설현장의 근로자들 그리고 이 무더위에도 날짜 맞추느라 뛰어다니는 택배기사 분들 생각하면 그 땀 밴 수고에 눈물이 난다. 날마다 늘어나는 온열질환자 역시도 더욱 걱정을 더한다. 이상이 사상 초유의 더위가 만들어낸 요즘의 몇 풍경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더위가 반가운 이들도 있긴 있더라. 당구장, PC방, 백화점, 호텔, 배달음식점, 해수욕장, 수영장, 극장 등은 넘쳐나는 손님들로 초만원이다. 에어컨이나 TV홈쇼핑판매는 사상 초유의 대박판매량을 기록하고 있고, 얼음 제빙공장 역시 24시간을 돌려도 주문량 맞추기가 어렵단다. 정말 요즘은 거기 종사자가 제일 부럽다. 늘어나는 주문량에 돈 많이 벌어 좋고, 일하는 환경까지 하루 종일 얼음만 만지니 진짜 요즘 같은 때엔 딱 그만이겠다.
그러고 보니 세상은 한쪽이 나쁘면 다른 한쪽이 좋고, 한쪽이 좋으면 다른 한쪽이 나쁜 것 같다. 언제나 세상은 그랬다. 날 좋으면 우산장사하는 아들이 걱정, 비 내리면 짚신장사하는 아들이 걱정이라더니 꼭 맞는 말이다. 그러니 내가 잘되거들랑 때를 잘 만나 그런 줄 알고 안 되는 이웃들을 돌아보고, 안 되면 다시 기회가 올 터이니 묵묵한 기다림도 필요할 것이다.
또한 어느 때이던지 그때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 그때가 아니면 알지 못하는 고마움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괴테(Goethe)도 말했던가? “겨울은 추우니까 따뜻함을 주고, 여름은 더우니까 시원함을 준다”고. “그것이 바로 하나님이 인간에게 안배한 절묘한 마음”이라고.
그렇다. 더움은 여름 단어이지만, 따뜻함은 겨울 단어이다. 추움은 겨울 단어이지만, 시원함은 여름 단어이다. 그래서 더워야 시원함을 안다. 나무 그늘 아래의 시원함도, 선풍기와 에어컨의 시원함도, 우리의 마음이라도 시원케 해주는 내 주변의 고마운 이들의 존재도 안다.
또 이런 날씨들로 우리 삶의 적응력도 키운다. 하나님은 때로 혹독한 겨울로 으름장을 놓으시지만, 여름엔 가혹한 더위로도 단련을 시키신다. 이런 상극(相剋)에 다 살아보게 함으로써 여름이 주는 유익과 겨울이 주는 유익을 다 경험케 하시는 것이다. 그래서 겨울을 견뎌낸 화초가 더 화사한 꽃을 피우고, 뜨거운 태양볕을 견뎌낸 과일이 더 달콤해진다. 그런 점에서 여름과 겨울은 다 필요하다. 우리 인생도 기쁨도 슬픔도, 성공도 실패도 다 필요하다.
또 “이 또한 지나가리라”의 진리도 이런 날씨를 통해 배운다. 세상엔 그 무엇 하나도 영원한 것은 없으니까. 그러니 믿음을 갖고 그날을 끝까지 소망하자. 분명 단언컨대 이 더위가 아무리 기세등등해도 8월 15일이면 이 기나긴 더위의 압제로부터 우리 모두는 광복을 찾으리라. 해방을 맞으리라. 두고 봐라. 분명 내 말이 맞으리라.
이렇게 세상은 좋은 것도 지나가고, 나쁜 것도 지나가는 법. 하나님이 그렇게 만드셨다. 그러니 힘들지만 너무 괴로워하지는 말아라. 지치지만 다 내려놓지는 말아라. 하나님이 이 또한 주관하신다. 그러니 ‘더위’가 심할수록 ‘더 위’를 생각하자. ‘더 위’를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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