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막바지 여름을 시원케 하는 이들 | 조회수 : 1084 |
작성자 : 김종훈 | 작성일 : 2018-08-10 |
요즘 수박은 신기하게 다 달고 맛있더라. 몇 십 년 전만 해도 잘 익은 수박 하나 사려면 고르는 기술부터 탁월해야 했다. 줄무늬 선명하고, 꼭지 신선하고, 줄기 가늘고, 껍질 얇고, 손가락으로 두드려 소리가 맑고 청명한 수박. 그것 찾느라 몇 개를 들었다놨다 했던가? 기어이 아저씨를 설득해 삼각모양의 홈도 내어 파 봐야했다. 그렇게 해서 잘 익었으면 서로 다행이지만, 안 익은 게 나오면 소비자는 냉정하게 물렸고, 수박장사는 수박 하나를 그냥 버리게 되어 괴로워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수박이 거의 다 달다. 엊그제 집에 과일이 떨어져 아내가 이 여름 끝물에 수박이 먹고 싶다하여 사 온 수박도 그랬다. 참 달고 시원하더라. 이렇게 뭘 골라도 믿을만한 그 수박 하나의 믿음직함도 이 막바지 더위에 지친 우릴 시원케 한다.
그러고 보면 과일 뿐 아니라, 요즘 내 주변에도 이 막바지 여름을 시원케 하는 분들이 계셔서 고맙다. 지난주일, 더운 날씨에도 성도들을 위해 콩국수로 섬겨준 장로님들이 그러하고, 선교부에서 좋은 일에 쓰겠다며 토스트를 만들어 파는 데에도 다들 한 마음으로 사주신 세교성전 식구들이 고맙다. 그 짭짤한 수입에 선교부장 장로님 입이 쫙 벌어졌더라. 9월 전교인 체육대회 경품 접수 또한 두 주 만에 114명 성도들이 865만원의 찬조를 약정하셨음도 참 시원한 소식들이다.
지난 화요일엔 청소년부수련회를 격려차 다녀왔는데, 가서보니 확실히 우리 교회 아이들은 순수하더라. 서울 강남 아이들과 비교도 안 되게 착하다. 다녀오는 길에 고3 여학생 하나를 태워왔는데, 내일이 검정고시 시험인데도 1박2일이라도 참석하고 싶어 어제 왔다가 오늘 가는 거란다. 얼마나 기특한지. 그러고 보니 올해도 우리 교사들의 충성심은 대단하다. 이 금쪽같은 여름휴가를 아이들 수련회에 쓰고 계시니 담임목사로서 어찌나 마음이 시원한지.
지난주일 오후 궐동 새가족환영회를 했는데, 50년 넘게 용주사를 다닌 분이 계셨다. 생전 교회라고는 우리 교회가 처음. 그것도 이제 겨우 몇 주. 그런데도 기독교 신앙이 처음부터 제대로 들어가셨더라. “50년 넘게 절에 다니셨는데 제 설교는 잘 이해되세요?”라고 여쭈었더니, 너무나 의외의 대답. “이해도 잘 될 뿐 아니라 목사님 말씀이 다 맞다”신다. 특히 예수님의 주되심에 대한 설교에 대해서도 당신 생각을 말씀하시며 “다른 거 믿다가 예수 믿게 되었으면 당연히 모든 걸 다 바꿔야지요”하신다. 그 고백 또한 얼마나 시원하던지.
또 지난주 새벽기도 인도차 나간 걸음도 그랬다. 평생 새벽제단을 목숨처럼 지키는 분들은 물론이거니와 이번에 놀란 것은 의외로 젊은 분들도 그 새벽에 더러 있다는 점이었다. 그 모습을 보는 내 마음 또한 어찌나 시원하던지.
출근하여 교회 계단을 오르니 중보기도팀의 우렁찬 기도소리가 들린다. 페이스북을 켜니 변함없이 오늘도 감사의 고백을 올리는 이가 있고, 도시락봉사를 돕겠다며 우리 교회 출신 목사님이 당신 교회 아이들을 데려와 있음도 고맙다. 매일 푸드뱅크로 빵을 기증하는 제과점 사장님이 계셔서 고맙고, 매주일 내 설교 적은 노트를 벌써 5년치 쌓아놓고 있다는 자매 소식도 고맙고, 매주 주보 칼럼도 차곡차곡 모은다는 분도 있다니 고맙다. 없는 살림에 월 10만원의 장학금을 모아 전해주는 권사님이 고맙고, 땅 판 값의 십일조를 정확히 하나님 앞에 드리고 싶다며 찾아온 권사님도 고맙다. 내일부터 두 주간 교회를 비우는데도 믿고 맡길 충성스런 교역자들 역시 함께 함이 고맙다.
고린도전서(16:18) 말씀에 “그들이 나와 너희 마음을 시원하게 하였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이런 사람들을 알아주라”했다. 그러니 여러분도 서로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하나님도 마땅히 알아주시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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