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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전력질주 200미터 조회수 : 1009
  작성자 : 김종훈 작성일 : 2018-10-05



지난주일 오후, 날도 아직 밝은 대낮에 제가 오랜만에 별을 다 봤습니다. 하늘의 별이 아닌 제 눈앞의 별.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 야속하게 유난히도 그 별은 빛났습니다. 게다가 하얀 분이라도 바른 듯 얼굴마저 하얘지고, 자리에 덜썩 주저앉아서는 한동안 말할 힘마저 없이 화끈거리는 얼굴에 숨만 가쁘게 몰아쉬었습니다. 이는 지난 주 전교인한마음운동회 마지막 경기인 계주에 세교성전 대표로 출전해 200미터 운동장을 전력질주한 뒤의 제 상태입니다.

담임목사가 흰 팬티 걸쳐 입고 온 성도들 앞에서 내달리는 수모(?)야 차라리 괜찮습니다. 나로 인해 모두가 즐거울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한 것도 해야 하니까요. 그 창피 줄여주시려 일부러 더 큰 함성으로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함성과 함께 박수로 응원해주신 성도님들이 있으니 그거야 괜찮습니다.

문제는 그 200미터가 제겐 죽을 것 같은 고통이어서 그렇습니다. 아니 다른 사람은 모두 반바퀴씩만 뛰게 하더니 마지막 주자인 내게만 한 바퀴를 뛰게 하다니, 아무튼 이 주최 측 농간(?)에 담임목사만 혼쭐났습니다.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함께 뛴 이광진 목사님도 체력의 한계로 스텝이 꼬여 그만 마지막 순간에 운동장에 넘어지셨습니다. 그 덕에 세교성전 계주 점수는 제가 좀 보탰지만, 종합우승은 궐동성전이 차지했고, 저는 한동안 정신마저 멍해야 했습니다.

. 내가 왜 이럴까? 그까짓 200미터 달리기로 이렇게 기진맥진하다니... 어느새 급격히 저하된 제 체력에 괜히 씁쓸해지기도 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저의 3년 전, 5년 전 뛰던 모습을 기억하시는 한 집사님도 확실히 목사님이 예전 같지 않아 보이셨다했습니다. 저 또한 그리 느껴지니 어쩌면 좋습니까?

물론 이유야 있습니다. 예전에야 운동장에서 아예 주일예배까지도 드렸으니 설교 사역으로 체력이 소진될 일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난주는 4번의 주일설교까지 사력을 다해 한 다음 치른 경기였고, 점심식사조차도 다수의 성도들이 도시락을 못 드셨단 보고에 마음이 안 좋아 저 또한 먹는 둥 마는 둥했던 결과입니다.

또 말이야 바른말이지 200미터 전력질주는 사실 1년에 단 한 번도 뛸 일이 없습니다. 해봤자 조깅정도 수준이니 그럴 만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그래도 그렇게까지 힘들어했던 제 모습은 큰 충격입니다. 어떻게든 평소에 꾸준히 체력 관리를 더 잘해야겠단 생각이 그래서 다시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전력질주 후유증’(?)은 뜻밖에 다음의 생각도 떠올렸습니다. 바로 우리 성도님들입니다. 오늘도 그렇게 전력질주하며 세상을 살아가실 우리 성도들.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가족을 부양하고, 경쟁사회의 일원으로 도태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며 사력을 다하는 성도들. 그들의 땀, 그들의 눈물, 그들의 상처, 지친 그들의 마음이 보였습니다. 그들의 삶이 어쩌면 내 사역보다 더 곤할 수 있음도 느껴졌습니다. 저의 주일 사역이 아무리 힘들었어도 그날 오후 200미터 전력질주만큼 힘든 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조금 머리 아플 정도는 되지만 머리가 멍해질 정도까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 힘 들기로 치면 뜀박질이 더 힘들지. 숨 벅차기로 쳐도 뜀박질이 더 벅차지. 넘어지기로 쳐도 뜀박질이 더 잘 넘어지지. 다치는 걸로 쳐도 뜀박질에서 더 다치지. 그러니 더 큰 응원이 필요한 이들은 바로 저들이지.’

이상이 지난주일, 저의 200미터 전력질주로 느낀 소감입니다. 그러니 오늘도 여전히 세상에서 전력질주하는 우리 성도님들에게 위로를 드립니다. 주께서 힘주시기를 중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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