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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어도 조회수 : 1331
  작성자 : 김종훈 작성일 : 2020-05-29



지금도 기억하는 추억의 라디오 드라마 즐거운 우리집”. 1964년부터 1989년까지 무려 25년간 8000회를 방송했다니, 정말 대단한 장수프로그램이다. 아침마다 라디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아차부인과 재치부인, 상희네와 준희네의 재미난 에피소드들은 너무나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재밌는 것은 그 상희와 준희가 처음 국민학교(지금 초등학교의 전신)에 다니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20년 내리 국민학생으로만 나오는 바람에 질타아닌 질타(?)도 받았던 드라마였다. 아무튼 재밌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당연 그 드라마의 주제가였다. 세자매 보컬그룹 쿨시스터즈의 싱그러운 목소리로 불려졌던 그 노래,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나눕시다 명랑하게 일년은 삼백육십오일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어도 우리 집은 언제나 웃으며 산다”. 정말이지 이 노래는 어둡던 그 시절, 내 인생과 가정의 우울함까지 달래준 고마운 희망가였다.

그런데 문득 이 노래가 지난 한 주 왠일인지 다시 생각나더라. 특히 그 중에서도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말. 어느덧 우리 교회도 가지 많은 나무가 된 것 같아 그런 것 같다. 어쨌든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매주 2,000명이 출석하는 공동체를, 작다고 말할 순 없으니까.

그러고 보니 나는 매일 하루가 멀다 하고 누군가의 기도제목을 받는다. 누군 몸이 아프고, 누군 마음이 아프고, 누군 사업문제로, 누군 가정문제로... 성도들의 기도부탁은 끝이 없다. 그래서 단 하루도 기도를 쉴 수가 없다.

그런가하면 사흘이 멀다 하고 결정할 일도 생긴다. 하기야 교회도 두 군데에, 복지법인과 산하기관들도 있고, 하는 일도 많고 벌여놓은 일도 많으니 그럴 것이다. 게다가 어떤 것은 내 결정에 따라 일이 잘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으니 무엇 하나라도 신중함이 요구되지 않는 건 없다.

그런가하면 일주일이 멀다하고 해결할 문제도 생긴다. 여기가 조용하면 저기가 시끄럽고, 이곳이 잠잠하면 저곳이 들끓는다. 맘 편할 날이 없다. 머릿속이 명쾌할 날이 없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더니 꼭 맞는 말이다. 언제나 끊임없는 고민과 생각으로 하루를 열고 닫는다. 물론 지난주도...

하지만 걱정은 마라. ‘가지 많은 나무가 늘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니까. 가지가 많으면 그늘도 크잖나? 그래서 많은 사람이 찾는다는 좋은 점도 있다. 그만큼 그늘이 크니 많은 사람들이 그 아래에서 쉼도 얻는다. 지난주도 그랬다.

뿐만 아니라 가지가 많으니 열매도 많더라. 보람도 크더라.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그 결정으로 좋은 영향도 줄 수 있으니, 가지 많은 나무가 한편으로는 행복하다. 지난주도 그랬다.

그러니 생각을 바꾸련다. 내게 매일 기도할 일이 있는 것? 물론 부담이지만 그래서 응답도 많다. 그 응답은 그에게도 내게도 간증이 된다. 사흘에 한 번씩 결정할 일도 있다? 물론 부담이지만, 그만큼 좋은 결정을 하면 이 공동체를 더 바람직하게 이끌 기회도 된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해결할 문제도 있다? 물론 이 또한 부담이지만, 잘만 해결되면 우리 공동체를 더 정화시킬 기회도 얻는다.

그래서 난 이제 염려하지 않으련다. 머리 싸매고 끙끙 앓으며 드러눕지도 않으련다. 기도제목 생기면 기도하면 되고, 결정할 일 생기면 결정하면 되고, 해결할 일 생기면 해결하면 되잖나? 내 힘으로 안 되면 하나님께 기도하면 되고, 아니면 다른 이에게 부탁하면 되고. 오해가 생기면 풀면 되고, 그래도 안 되겠으면 기다리면 되고. 안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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