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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남는 사람 조회수 : 1106
  작성자 : 담임목사 작성일 : 2015-09-25

인생을 살아보니 시간이 가도, 세월이 가도 남는 사람이 있더라. 마음에 기억에 지워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사람. 그래서 소식이 궁금하고, 만나고 싶고, 뭔가 해드리고 싶고, 기회 있으면 다시 시작해보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이 있더라.

유안진씨가 지란지교에서도 말했듯, “반닫이를 닦다가 생각나는 사람, 화초에 물을 주다가, 안개 낀 아침 창문을 열다가, 가을 하늘의 흰 구름을 바라보다가, 까닭 없이 현기증을 느끼다가도 문득 보고 싶어지는 사람”. 그런 사람이 누구에게든 있다.

그렇다면 그는 누굴까? 첫째, 고마운 사람이다. 내게 너무 고맙게 해준 사람. 한없는 은혜를 입은 사람. 나는 해준 게 없는데 받은 것만 많은 사람. 그런 사람이 가슴에 오래 남아있다.

그는 늘 퍼주기를 좋아했다. 날 위한 시간은 기꺼이 내주었고, 함께 놀아 주었으며, 길을 갈 때도 함께 동행해주었다. 내가 잘못했어도 그는 늘 내 편이 되어주었고, 내가 위험에 빠졌을 땐 나의 보호자가 되어주었다. 먹을 것을 제공해주기도 했고, 때로는 자기 먹을 것도 아껴 나의 입을 채웠다. 그는 늘 내게 선물하기를 좋아했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그의 큰 영광으로 여겼다. 가진 게 없음을 늘 미안해하며 작은 것에라도 정성을 담음으로 날 향한 진심을 자주 들켰다.

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늘 미소가 끊이지 않았고, 내가 그와 관계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해하였다. 언제나 내가 그의 자랑이었고, 나에 대하여 말하는 일에 관한 한 푼수를 떨었다. 항상 내가 그의 기도제목이었고, 축복의 대상이었다. 그러니 어찌 그가 내 마음에 오래 남지 않으랴. 그 고마움이 쉬이 잊혀지랴.

둘째는 미안한 사람이다. 받은 것에 비해 내가 너무 해준 게 없는 사람. 입장 곤란하게 하고, 난처하게 하고, 힘들게 하고, 속만 썩이고, 말 안 듣고, 마음 몰라주고, 고마운 마음까지도 숨겨버리고 지낸 사람. 그런 사람 역시도 가슴에 오래 남아있다.

게다가 난 그에게 늘 퉁퉁거렸다. 잘난 것도 없으면서 그 앞에서만은 잘난 체 하였다. 마치 그는 나 없으면 죽고못사는 사람인 양 여기며 위세를 떨었다. 늘 잘해주니 당연하다고만 여겼고, 이해를 잘 하니 뭘 던져도 다 품어버리는 바다인줄 만 알았다. 편하다는 이유로 존귀히 여기지도 못했고, 잘 받아준다는 이유로 다른데서 받은 상처까지 그에게 쏟아 부었다.

책임지지도 못할 거면서 함부로 마음을 주었고, 지키지도 못할 거면서 약속만 풍성했었다. 기대하게만 해놓고 채워주지 못하였고, 내가 필요할 때만 취하였을 뿐 그가 필요할 때는 있어주지 못했다.

남에게는 그렇지 않으면서 오직 그에게만 투덜거림이 입에 붙었고, 아무리 내가 그를 싫어하여도 그는 날 절대로 싫어하지 못하리라는 이상한 믿음만 고수하였다. 난 그를 떠날 자유가 있지만 그는 날 떠날 용기가 없을 거라 믿었고, 난 그에게 대들어도 그는 날 어쩔 수 없을 거라는 못된 확신만 유지하였다. 그렇게 그는 늘 내 곁에 영원히 있을 것으로만 여겨 그에게 잘하는 것은 항상 다음으로 미뤄두었다. 그래서 너무 미안하다.

그렇다면 당신에게는 누구인가? 고마운 사람, 미안한 사람. 그래서 마음에 늘 남아있는 사람. 혹 생각났다면 그에게 잘해주어라.

올해도 추석을 맞아 여지없이 고속도로를 가득 메우는 차량행렬들을 본다. 왜 저들은 저리도 고생스런 행렬에 동참할까?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이길래? , 그게 바로 감사한 마음, 미안한 마음 때문이 아닐까? 그 마음이 늘 마음에 남아있었기 때문 아닐까? 그래서 그 긴 행렬은 아름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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