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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오리온초코파이 情 조회수 : 1267
  작성자 : 담임목사 작성일 : 2015-10-30

지난 주일저녁 세교성전에서 열렸던 단풍음악회(‘한곡만으로도 요로운 가을을 만끽했던 음악회)에는 다소 파격적인 노래 한곡이 들어있었다. 물론 청중들은 유쾌하게 감상했지만.

바로 1787년 모차르트가 작곡한 오페라 돈조반니’(Don Giovanni)에 나오는 “La ci darem la mano”(우리 함께 손을 잡고)란 노래다. 이 노래는 마음에 드는 여인이면 누구든 가리지 않고 기어이 자기 여자로 만들고야마는 천하의 바람둥이 돈조반니가 남의 결혼식 피로연에 참여했다가 급기야 그 신부까지도 유혹해낸다는 노래다.

그 노래가 얼마나 감미롭고 그 유혹이 치명적이었던지 결국 그 신부 체를리나는 자기 신랑 마제토를 버리고 순식간에 이 돈조반니에게 마음을 뺏긴다. 그렇게 이 노래는 2중창으로서 돈조반니가 체를리나에게 들려주는 노래다.

그런데 지난주일 음악회에서는 이 노래에 재미를 더하려고 신랑 마제토도 등장하여 그 신부의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보려 애쓰는 장면을 연출했는데, 그 마제토역을 했던 함석헌씨가 들고 나온 것에 그만 모든 청중들이 배꼽을 잡았다.

바로 오리온초코파이 정()’이었다. 말하자면 그동안 나랑 함께 쌓아온 사랑의 정()이 얼만데, 어떻게 그 정()을 무시하고 저 돈조반니의 돈과 바람끼에 넘어갈 수 있느냐며 그간의 애틋한 정()에 호소해보는 장면이다. 가난한 신랑이 유일하게 가진 게 오로지 정()뿐이었음이 애처롭게 느껴진 장면이기도 했다.

결국 어찌 되었을까? 지난 주 노래엔 안 나왔지만, 실제 줄거리에서는 그 순진한 정()의 힘이 통하고야만다. 그 자리에 돈조반니의 옛 애인이 등장하면서 다행히 그 유혹은 실패로 끝난 것이다. 그리고 그 돈조반니는 결국 그 습관을 버리지 못하다가 지옥불에도 떨어진다.

그걸 보면서 난 새삼 ()의 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옛날에 비해 다소 미약해진 듯한 오리온초코파이 정()’의 위력 또한 여전히 건재함을 느꼈다.

알다시피 이 오리온초코파이는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74년에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처음 이것이 등장했을 때 얼마나 인기가 많았던지, 하나를 손에 넣으면 그것을 혼자 몰래 먹으려 화장실에까지 갖고 갔다가 그만 거시기에 떨어뜨리는 바람에 결국 울면서 그 포장에 붙은 초코가루를 혀로 핥았다는 비화도 있다.

아무튼 그런 인기를 힘입어 오리온초코파이는 지금까지 국내에서만 140억개, 16천억원어치나 팔렸다. 중국도 무려 45천만개를 팔아주었고, 베트남도 3억개, 러시아도 23천만개를 팔아주었다. 그 후에 나온 롯데 초코파이몽쉘통통은 가히 따를 수 없는 수치다.

물론 국내 판매의 1순위는 단연 군대다. 실제로 난 해병대 신병훈련소 예배에서 보았다. 특별히 그 날은 12개 든 초코파이 한 박스씩을 장병들에게 나눠주었는데, 그 자리에서 12개를 다 해치우는 모습을 보고 기겁을 했다. 그만큼 인기짱이다. 그래서 신앙이 없는 장병들은 주일날 초코파이 한 개라도 더 주는 종교시설을 찾는다. 초코파이 몇 개에 종교를 바꾼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그만큼 강력하다. 전우의 생일날 초코파이에 성냥개비 꽂아 생일 파티 안해 본 장병들이 누가 있으랴.

그래서인지 내 군목사역에서도 장병들의 마음을 녹이는 가장 강력한 무기도 이 ’()이었다. ’() 몇 개면 절로 마음이 달래졌고, 그것으로 기도하면 더 힘을 얻었다. 그래서 내게도 이 오리온초코파이 정()’에 대한 개인적 고마움이 많다. 그래서일까? 왠지 이 가을 그 ’()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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