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첫눈 | 조회수 : 1530 |
작성자 : 김종훈 | 작성일 : 2015-11-27 |
기다렸던 올 겨울 첫눈이 마침내 하늘에서 내렸다. 첫눈치고는 제법 임팩트도 강했다. 간지럽게 오지 않고 제대로 세게 내렸다. 아직 11월, 계절은 가을이건만 어제 아침 기분으론 벌써 겨울 한가운데 와버린 느낌이었다.
얼른 베란다 창을 열고 그 장관을 스마트폰에 담았다. 누구도 밟지 않은 길과 바람에 흔들려 떨어지기 전의 소복한 나뭇가지도 찍었다.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서니, 길거리에도 이 장관을 놓칠세라 연신 사진을 찍어대는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살금살금 길은 미끄러워도, 하늘에서 온 눈 손님이 반갑기만 한듯했다.
덕분에 하루 종일 카톡도 불이 났다. 여기저기 첫눈 소식을 찍어 올리는 이들이 꽤 많았다. 가만히 앉아서 전국에 내린 첫눈의 장관을 실시간으로 보았다.
그런데 첫눈이 내린 다음날인 오늘, 그 장관이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단 하루 만에. 세상의 모든 추함도 하얗게 다 덮어버렸던 어제에 비하면 오늘 아침 출근길은 많이 달랐다. 다시 여기저기 더럽고 추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나마 밤새 불어 닥친 매서운 추위가 녹아내리는 눈을 지연시키긴 했어도, 역시 첫눈은 그냥 맘만 설레게 하고 사라진 손님일 뿐이었다.
그걸 보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다. 처음 찾아온 뜨거운 사랑도 그랬던 것 같다. 생각지도 않은 하늘의 선물처럼 누구에게는 첫 사랑이 비교할 수 없는 황홀함으로 내린다. 세상을 다 얻은 양 흥분한다. 눈 덮인 세상처럼 그 사랑이 내 삶을 다 덮어버린다. 하지만 그것은 금방 식기도 한다. 감정적 흥분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다시 추한 것이 보인다.
사랑은 그렇다 치고, 첫눈은 그렇다 치고 그렇다면 우리의 믿음은 어떨까? 그 역시도 마찬가지. 누구든지 주님을 향한 첫 사랑은 뜨겁다. 예배 때마다 눈물과 감동이 넘친다. 교회 십자가만 쳐다봐도 감사가 느껴진다.
하지만 그 첫 믿음 역시도 그리 오래 가지 못함이 안타깝다. 얼마 오래지 않아 익숙함에 빠지고, 매너리즘에 빠진다. 주변에 보이지 않던 추한 것이 다시 보이기 시작하면서 기대감의 탄력을 잃는다. 이것이 참 신앙생활의 큰 숙제다. 그래서 우리의 신앙에도 지속가능한 동력이 필요하다. 첫 믿음이 끝 믿음이 되게 하는 힘이 필요하다.
그게 뭘까? 난 그 비결을 다윗의 노래에서 찾는다. “정결한 마음 주시옵소서 오 주님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 나를 주님 앞에서 멀리하지 마시고 주의 성령을 거두지 마옵소서 그 구원의 기쁨 다시 회복시키시며 변치 않는 맘 내안에 주소서”
그렇다. 구원의 기쁨이다. 날마다 십자가 앞에 나아가 나의 죄성과 내가 받은 구원을 또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감사를 잊지 않는 일이다. 그 길밖에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길 밖에 없다.
“그러나 너를 책망할 것이 있나니 너의 처음 사랑을 버렸느니라.”(계 2:4) 에베소교회를 향한 경고의 메시지가 다시 들리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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