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인생(人生)’이라는 책 | 조회수 : 1097 |
작성자 : 김종훈 | 작성일 : 2016-01-15 |
벨기에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모리스 메테를링크(Maurice Maeterlinck, 1862~1949)는 인생을 ‘한권의 책’에 비유했다. “태어나 죽을 때까지의 모든 여정은 매일 한 페이지씩 글을 창작해가는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오늘도 우리는 ‘인생’(人生)이란 제목의 책을 한 페이씩 써 간다. 그러므로 이는 우리가 글로 쓰는 일기(日記)와는 다르다. 글로 써가는 것이 아닌, 삶으로 써가는 책이다. 행동으로, 말로, 표정으로, 생각들의 총체로 채워가는 책이다.
자서전(自敍傳)과도 다르다. 자신이 쓰고 싶거나 기억하고 싶은 업적들로만 채워지는 책도 아니다. 오히려 내게 인생을 선물하신 하나님께서 당신의 관점으로 오늘 내 삶을 바라보신 각도로 친히 써주시는 책이다.
그렇다면 지난 한 주간 내 책에 쓰여진 일곱 페이지는 어떠했을까? 태어날 때부터 오늘까지 살아온 내 인생의 세월도 벌써 만 50년, 18095페이지나 넘겨온 나의 책에는 과연 어떤 것들이 기록되어 있을까? 잠시 돌아보았다.
혹, 양(量)에 있어서는 자랑할 게 있을지도 모르겠다. 주어진 24시간을 정말 빼곡히 채워왔고, 새벽부터 밤까지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았으니까.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엄청난 일도 해내고, 엄청난 거리도 오갔으니까. 정말 양(量)에 있어서만큼은 하루하루를 넘치도록 채워왔다. 물론 그렇게만 보면 칭찬받을 일이다. 하는 일도 없이 절대로 세월만 빈둥빈둥 보내진 않았으니까.
하지만 자서전도 아닌, 일기도 아닌 우리 인생의 책이라는 게 꼭 그렇게 뭘 얼마나 많이 해냈느냐로만 채워질까? 결코 아니다. ‘인생’이라는 책이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아닌 하나님에 의해 쓰여지는 글이라면 더욱 그건 아니다.
오히려 오늘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았는지, 사람들에게 보여진 것 뿐 아니라 보여지지 않은 모습과 행동들, 사람들에게 들려줬던 말을 포함하여 혼자서 중얼거리며 했던 말들도 다 포함된다. 그렇다면 지나간 내 인생, 지나간 한 주간의 일곱 페이지는 어쩌면 읽기도 부끄러운 페이지였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지울 수도 없고, 고칠 수도 없는 일. 내겐 그 어떤 지우개도 없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란, 어제 일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회개 그리고 오늘은 어제처럼 살지 않겠다는 결심 뿐이다. 좋으신 하나님은 그 것만으로도 어제의 부끄러운 삶을 덮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오늘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남들보다 더 두꺼운 책만을 지향해야 할까? 아니면 하나님 보시기에 읽을 거리 풍성한 책을 지향해야 할까? 당연히 후자(後者)다.
사람들은 죽을 때가 되면 누구나 다음 몇 가지의 후회들로 괴로워한단다. 베풀지 못하고 움켜쥐고만 살았던 삶, 돌아보지 못하고 나 위해서만 살았던 삶, 참지 못하고 내 기분대로만 살았던 삶, 행복보다 성공을 위해서만 달렸던 삶, 도전해 보지도 못하고 포기해 버렸던 삶, 사람들의 평가에만 휘둘려 나 다운 삶을 살지 못했던 삶, 자아실현의 욕심에만 매달리느라 하나님을 위해선 도무지 해놓은 게 없는 삶...
그 뻔한 후회를 안다면, 지금부터라도 정신 차려야 한다. 알차게 오늘의 페이지를 멋지고 근사하게 써야 한다. ‘인생’이란 책은 책의 두께보다 그 내용이 더 중요하며, 책의 독자 또한 사람이 아닌, 하나님이시다. 그러므로 그가 읽으실만한 내용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나의 오늘 페이지에는 그 하나님이 읽으실만한 내용이 얼마나 기록되어 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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