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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둘째딸 성빈이 조회수 : 1253
  작성자 : 김종훈 작성일 : 2016-05-07



벌써 일주일 전 이야기다. 한참 금향로기도회 말씀을 준비하는데, 둘째딸 성빈이가 오산터미널에 곧 도착한다는 문자에 픽업을 나갔다. 두 주간에 걸쳐 중간고사 치느라 밤도 샜다 하고, 과제와 발표도 겹쳐 꽤나 혼줄도 났단다. 그것도 새벽기도회까지 다 참석하며 그 일을 해냈다니, 그냥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라기엔 너무나 애처로워 데리러 나간 것이다.

그런데 아이를 차에 태우고 사택으로 가는 동안, 그날 있었던 얘기 하나를 들려주는데, 어찌나 감동이 되던지... 바쁘지만 아이를 데리러 나오길 정말 잘했단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아무튼 그렇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오산으로 오기 위해 학교에서 유성터미널로 나갔단다. 그런데 표가 매진되어버려 어쩔 수 없이 30분정도 시내버스를 더 타고 가야 하는 복합터미널로 이동했단다.

버스에 오르니 마침 그래도 약간 뒤편에 빈 좌석도 있어 자리에 앉았단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정류장에서 할머니 한분이 타시더라는 것. 그리곤 그 할머니 노약자석 근처에 손잡이를 잡고 서셨는데, 거기 앉은 고등학생들이 좌석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는데 어찌나 화도 나고 안타까운지 결국 자기가 벌떡 일어나 할머니를 자리에 모셨다는 것이다. 자기 자리와는 좀 멀리 계셨음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난 너무 잘했다며 칭찬을 해주었다.

그런데 아이의 얘기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렇게 일어서서 가던 중 마침 자리가 하나 나서 앉았는데, 앉자마자 다음 정류장에서 또 다른 할머니 한 분이 타시더라는 것. 이번에는 자기 자리 가까이까지 오시길래 주저없이 또 일어나 양보해드렸다는 것.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자리가 나서 잠시 앉았는데, 할머니 한 분이 또 타시는 바람에 또 일어나 양보해드렸다는 것이다.

결국 그렇게 성빈이는 할머니들께 자리만 양보해드리느라 세 번이나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하는 바람에, 유성터미널에서 대전복합터미널까지 약 30, 20개 정도의 정류장을 거쳐 오는 동안 실제 앉아있었던 시간은 고작 5분 정도 뿐이었다는 것이었다.

그 얘길 듣는데, 물론 잘하긴 했지만 아빠로서 속도 좀 상해서 “너도 피곤한데 그냥 눈감고 모른 척하고 있질 그랬냐?” 했더니, 두 가지 이유 때문이란다. 첫째는 외할머니 생각이 나서였단다. '우리 할머니도 생전에 자주 오산에 오셨었는데, 저렇게 버스타고 고생하시면서 손주들 보실 생각으로 오셨다 생각하니 자기라도 일어나야겠다'는 마음에서였단다. 게다가 '시내버스는 전철과 달리 너무 많이 흔들려서 젊은 자기도 손잡이를 꽉 잡아야 할 정도였는데 할머니는 얼마나 힘드셨겠냐' 싶었단다.

둘째는 할머니가 노약자석 곁에까지 오셔서 서계시는 데도 전혀 양보할 생각도 없이 자는 척만 하는,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는 학생들을 보면서 너무나 얄미워 그랬단다. 자기는 걔들과 똑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였단다. 그러니 행동도 행동이지만, 이유가 더 멋지질 않은가.

그래서 덕분에 대전에서 오산 오는 시외버스 안에서는 완전히 곯아떨어져 너무 편히 잘 자면서 왔다는 것. 그러니 그 얘길 듣는 아빠로서 어찌나 감동이 되던지. 

성빈아. 너무 잘했다. 자리 양보는 그 할머니들이 받으셨지만, 그 복은 네가 받을 거야. 그 할머니들은 오늘 널 귀찮게 하려고 타신 게 아니라 너에게 복 받을 기회를 주시려 타신 거야. 그리고 오늘의 이 이야기는 언젠가 네가 또 다른 사람들에게도 들려줄 날이 꼭 올 거야.” 그랬더니 아이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 아름다운 늙음의 길 세미나에서 아내가 한 말이 생각난다. “노년의 삶은 자녀에게 효도하게 하여 복 받을 기회를 주는 삶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낳으시고 기르신 부모님을 비롯해 이 땅의 모든 어르신들을 우리가 잘 섬겨야 하는 이유는 그분들의 살아온 삶에 대한 존경과 받은 은혜뿐만 아니라, 그 섬김이 내게도 복이 되기 때문임을 절대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마침 내일은 어버이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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