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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가을이 오는 속도 조회수 : 1107
  작성자 : 김종훈 작성일 : 2016-10-28



안 그래도 바쁜 목회 일정에 요즘은 매주 훈련까지 받느라 더 정신없는 한 주 한 주를 보내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말이지 언제 가을이 왔는지조차 모를 정도다. 그러다가 지난 주 정말 오랜만에 아내와 잠깐의 시간이라도 내어 함께 걸으며, 곱게 물든 단풍도 눈에 넣고 밟고 찍고 커피도 마시면서 오가는 대화도 무르익고서야, 비로소 아 가을이구나하는 걸 알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을이 남하하는 속도는 의외로 빠르다. 설악산에 처음 단풍이 찾아온 때를 시작으로 그 단풍이 지리산까지 내려오는 기간은 약 일주일 정도밖에 안된다. 그 거리가 약 350km정도임을 감안한다면 속도는 시속으로 약 2km인 셈이다.

그러니 정신 차려 살피지 않으면 가을은 정말 후딱 지나가는 계절이다. 그래서 가을이란 이름도 가슬’, ‘가ᄋᆞᆯ’, ‘가알’, ‘이란 뜻을 가진, 그냥 지나가버리는 계절이라 명했으리라.

그에 비해 봄은 좀 다르다. 봄이 올라오는 속도는 우리나라 경남 진해에서 벚꽃이 개화하는 걸 기준으로, 서울 여의도 윤중로까지 올라오는 기간이 약 열흘 정도이다. 그 거리가 약 320km정도임을 감안한다면 봄 소식이 남쪽에서 올라오는 속도는 시속 1.3km정도라 할 수 있다.

그러니 가을이 오는 속도가 봄이 오는 속도보다는 좀 빠르단 얘기다. 봄이 모데라토(Moderato)라면, 가을은 알레그레토(Allegreto)인 셈. 그래서 봄은 기다림부터 더뎠고, 가을은 왔다하면 금새 겨울을 재촉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인생도 그런 것 같다. 젊음의 속도는 봄 같아서 솔직히 좀 느린 편이다. 아이가 자라 청년이 되고 성인이 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언제 저 녀석이 젖을 떼고, 걷고, 말을 하고, 유치원 하고, 학교 가고,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하려나..." 세상에서 제일 힘든 게 자식 농사인지라 부로로서 지켜보는 자녀 성장의 과정과 기다림은 힘들고도 지루하다. 아이 또한 "난 언제 커서 부모로부터도 독립하고, 학교도 졸업하고, 내 맘대로 모든 걸 할 자유를 누리려나..." 그들의 기다림 역시 마치 겨울 끝을 기다리듯, 봄이 올라오는 속도마냥 더디다.

하지만 그것도 일단 성인이 된 다음부터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 속도는 갑자기 빨라진다. 금방 결혼하고, 금방 부모되고, 금방 배 나오고, 금방 머리 희어지고, 금방 주름 생기고, 금방 기력이 쇠하여 진다.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 정말 20대는 20km, 30대는 30km, 50대는 50km로 달린다더니 어른들의 그 말씀은 절대로 농이 아니다.

이렇게 젊음의 속도보다 늛음의 속도는 훨씬 더 빠르다.인생의 화려한 젊은 날은 더디게 찾아오지만, 인생 나무에 단풍이 들고 낙엽이 떨어지는 건 너무 순식간이다. 언제나 피는 속도보다는 지는 속도가 더 빠르다. 올라가는 속도보다는 내려가는 속도가 더 빠르다. 흥하는 속도보다는 망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 재산을 모으는 속도보다, 평생 모은 재산 순식간에 날리는 일은 더 빠르다. 망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가을은 겸손을 가르치는 계절이다. 이 세상 그 무엇에도 너무 집착하지 말 것을 주문하는 계절이다.

그러므로 인생의 가을에 들어선 사람들은 지금부터라도 하나둘, 뭔가를 끊어내는 연습을 해야한다. 움켜쥠이 아니라 끊어내는 것이다. 실제로 가을이란 말의 원뜻에는 끊어내다란 뜻도 있다. 줄기나 가지에 달린 열매를 끊어내는 계절이 '가을'이란 의미다. 애써 맺은 과실이라도 내놓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 그래서 가을은 나누는 계절, 베푸는 계절, 가볍게 하는 계절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추해지는 건 다른데 있지 않다. 움켜쥠에 있다. 비워낼 때만이 인생은 고상해지고, 가볍게 할 때만이 행복은 찾아온다. 가지려 할 때보다 나누려 할 때 인생의 가치는 상승된다.

자료를 찾아보니 겨울이 오는 속도는 가을이 오는 속도보다 더 빠르단다. 가을이 왔나 싶으면 금새 겨울이 닥친다. 매서운 추위가 금새 뒤를 잇는다. 정말 가을은 가는 계절이다.

그러고보면 우리 인생도 머무는 인생은 아니다. 계속 어디론가 가는 인생이다. 겨울로 가는 인생이다. 그 속도 역시 갈수록 빨라진다. 그러므로 하루하루를 정말 소중히 여겨야 한다.

게다가 인생(人生)은 일생(一生)이다.  자연이야 겨울을 지나면 다시 봄을 맞아 소생하지만 인생은 일생, 단 한 번 뿐이다. 그러므로 준비해야 한다. 긍정적으로 맞이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내 인생의 가을을 아름다운 색깔로 물들게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그러니 어느 새 말 없이 와버린 가을에 놀래지도 말고, 금새 가버릴 가을에 슬퍼하지도 말자. 화려한 봄꽃의 아름다움을 능가하는 중후한 가을의 아름다움을 가지자. 매서운 칼바람에 언젠간 힘없이 떨어져 땅에 구르며 밟힐지라도 어엿한 당당함을 가지자. 왜? 그 색깔 하나하나에는 푸르른 싱싱함이 모르는 나만의 땀과 경륜이 배어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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